
얼마전에 있은 길림성 제6회 소수민족전통체육경기대회 널뛰기종목에 참가한 김철옥(52살)씨, 그녀의 상대선수는 열예닐곱살쯤 돼보이는 어린 고중생이다.
이들은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 경쟁을 하지 않는다. 서로 그저 높은 하늘을 만끽하게끔 도와주는 한팀이였다.
“경쟁을 떠나서 정말로 널뛰기를 마음 그득 즐기느라 경기결과는 부끄럽기만 합니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의 얼굴은 참으로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나이제한이 없어 남녀로소 누구나 참여할수 있는 소수민족전통체육경기대회에 참가한 선수중 그녀는 나이가 제일 많은 선수다.
김철옥씨는 길림성 백산시 장백현중의원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하고있다. 바쁜 직장생활이건만 널뛰기만 할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
손 닿으면 파란 물감 묻을듯한 파아란 하늘이 높은줄 모르고 날아올랐다가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와서 쑤욱 가라앉는 오감 짜릿한 감동의 전률때문에 그녀는 쉰을 넘긴 지금도 널판우에 선다고 한다.
조선족전통스포츠,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있을가. 우리 민족 전통스포츠종목을 한꺼번에 볼수 있는 경기대회임에도 예전처럼 마음이 설레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단오명절 널뛰기를 즐기던 풍속도 점점 사라진다. 세상이 그만큼 변했기때문일거다.
생계를 쫓아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탓일가?
마음 한구석에 소중하게 간직하고있던 애틋한 추억 한편이 사라지는것 같아 가슴이 아프단 이들도 있다.
예전에는 전통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면 유별나게 구경군들이 구름떼처럼 모여왔다.그때면 얼큰한 김치쪼각에 낮술 한잔 한 동네 할아버지들이 앞에 선 구경군들때문에 도저히 구경 못하겠다 고함치며 시끌벅적… 그 화폭 같은 진풍경은 어디로 갔을가.
조선족 주요집거지인 연변지역도 이러한데 산재지역에서 태여나 그토록 널뛰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녀의 널뛰기 추억속에는 늘 아버지와 언니들이 있었다.
그녀가 널뛰기를 알게 된건 10살즈음,그때만 해도 놀거리가 풍부하지 못했던터라 그녀는 조선어문교과서에 나오는 널뛰기장면을 보고는 자기도 놀게 해달라 아버지를 졸랐단다.
어린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어느 정월인가? 아버지가 뒤간에 두툼한 널판을 구해다놓았단다. 가마니나 짚단을 뭉쳐서 날밥을 만들고 그우에 널판을 얹었다. 그랬더니 제법 널뛰기가 가능해지더란다. 딸들을 위한 아버지의 세심한 배려였다.
어린 그녀는 그렇게 언니들과 널을 뛸수 있게 됐다. 허리를 굽혀 발을 세게 구르면 대여섯자씩이나 힘차게 솟아오르는 큰언니가 미울 정도로 너무 부러웠다.
뾰로통한 그녀가 귀여워 작은언니는 “좀 더 힘차게!” 하고 소리쳐주고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발을 세게 굴러봤다.
“그렇지, 나도 할수 있어.”
갑자기 키가 한자씩 쑥쑥 커지는듯 하더란다.
그렇게 그녀는 언니들과 널뛰기에서 오르고 내리고를 통한 미묘한 쾌감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는 하도 놀거리가 없어서 장난 삼아 널뛰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커가면서 우리 전통체육종목인줄 알았고 산재지역이라 널뛰기가 어떤 운동인지도 모르고 자라나는 조선족 학생들도 많다는걸 알았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녀가 몇십년동안 널뛰기를 벗삼아 지내온 리유였다.
장백조선족자치현 창립 경축대회, 현에서 열리는 민속절경기대회는 물론 시급, 성급 대회에서 늘 널판우에서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볼수 있다. 이렇게 크고작은 경기대회에 참가한것만 지금까지 수십차례, 이제는 셀수도 없단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속에 전승되던 널뛰기잖습니까. 이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채 TV자료화면이나 민속행사에서만 간간이 볼수 있습니다. 제가 산재지역에서 살아온 조선족이라서 그런지 가슴이 허전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가슴 뭉클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있다.
널뛰기를 했던 넓은 공터는 이제 주차장이 되여 그때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우고있으니 이러다간 먼 후날이면 명절이나 민속행사때에도 널뛰기가 없어지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아직도 누군가의 보내버린 아득한 기억속 유년의 뜰에는 오늘도 여전히 널판이 놓여있고 힘찬 발돋움으로 솟아오르고싶은 마음이 있을것이다.
이제 돌아오는 명절날에는 고달픈 오늘을 살고있는 모든 이들이 널판우에서 바람을 안고 가볍게 날아봄이 어떨가.
연변일보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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