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02(일)
 
• 기존 500명 정도 보았던 시험을 8천명 넘게 응시해
• 불합격자들 '시험관리감독 허술했다'며 한국산업인력공단 대상으로 재시험을 요구하는 소송 움직임도 일어
•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F-4로 전환하면 "자격증 관련 일만 할 수 있다 해서 일자리 찾는데 어려움 많다"며 "
  이는 동포를 기만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커질 듯



지난 12월 28일 학원가는 바짝 긴장했다. 필기시험이 없는 금속재창호기능사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 있는 이 시험의 응시생은 500여명 수준이었다. 그중 합격률은 50~60% 수준, 그러나 지난해 금속재창호기능사가 재외동포(F-4) 자격변경 종목에 포함되는 과목이 되자, 지난해 하반기때 학원들은 필기시험에 취약한 중국동포들에게 가장 따기 쉬운 기능사시험 종목으로 각광받으면서 일명 ‘뜨는 종목’이 되었다. 그 결과 창호기능사 시험 대비 학원들이 늘어났고, 한 학원에 최소 100명에서 300명이 등록해 12월초에 있는 시험준비를 하였다. 학원비도 학원마다 차이가 났다. 75만원에서 120만원, 상대적으로 재료비값이 많이 들어간다. 그것까지 치자면 100~150만원, 필기시험이 없다하지만 집중력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일을 앞둔 한달 전부터는 하는 일도 접고 시험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그렇게 따지면, 최소 300만원 이상은 투자하는 셈이다.

그래도 동포들에겐 어느 기능사시험보다 수월하다는 것이 금속재창호였다. 그 결과 8000여명이 시험에 응시해 약 40% 합격률을 보였다(이것은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다)고 하여 창호기능사반을 운영한 학원들은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방문취업(H-2) 5년 만기를 앞둔 중국동포들은 국가기술자격증(기능사) 소지자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해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재외동포 자격을 취득하면 출국하지 않아도 되고 자녀초청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특혜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F-4로 자격변경하면 방문취업(H-2) 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못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 곳이 없다.


금속재창호기능사 시험을 본 중국동포 김영철(41)씨는 지난 12월 28일 시험합격소식을 듣고 재외동포 자격변경을 하러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달려갔더니 ‘재외동포 자격으로 변경하면 금속재창호 분야에서만 일할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자격변경 신청을 보류한 상태이다. 다행히 그의 H-2 체류기간이 1년 더 남아있었다. 김씨는 6년간 용접일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용접기능사 시험을 볼 것이지 왜 창호기능사 시험을 보았냐?”는 질문에 그는 “필기시험이 없고 취득하기 쉬운 자격증이라고만 생각했지 재외동포 자격으로 변경하면 이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고 답한다. 김씨는 용접일을 계속 할 거라고 밝혔다.

반면 금속창호분야에서 4년간 일해왔다는 장모씨는 창호기능사 시험에 합격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외동포 자격으로 변경해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재외동포로서 한국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이경호씨는 동포세계신문이 기능사자격시험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간담회를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해왔다.


“두달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학원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아 불합격되었다”며 그는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10월이면 5년 만기가 되지만 그는 일찌감치 기능사자격증에 관심을 둔 편이다. 건설업 목수일을 다년간 했기 때문에 창호기능사 시험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험당일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모기장틀을 설치해 보라’는 주문에 당황하게 되어 결국 시험에 불합격되었다는 것이다. 이씨가 다닌 학원은 200명 정도 수강생이 있었는데 다른 곳보다 불합격자가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학원이 교포심리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한 것밖에 안된다”며 학원의 부실교육을 질타했다.


종목을 수시로 바꿔 운영하는 학원실태도 들을 수 있었다. 평택에서 거주하는 김창수씨(54) 이야기다. 한국생활 10년차 되는 김창수씨는 주로 토목건설에서 일해왔다. 평택에 있는 종합건설회사에서 과장으로 진급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토목기계에 자신감이 있어 지난해 8월 농기계기능사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그때 농기계기능사 시험을 가르친 학원에는 중국동포 150여명 정도가 학원비 120만원을 내고 수강을 하였는데, 합격자는 11명에 불과했다. 이로인해 수강생들의 환불소동이 크게 일어났다. 이에 학원측은 금속재창호기능사 시험반을 급히 꾸려 환불대신 70만원만 받고 창호기능사 시험공부를 시켜준다는 말로 환불을 요구하는 동포들을 설득하였다. 그래서 동포들 상당수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창호기능사반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지켜본 김창수씨는 “F-4로 변경하여도 농기계 분야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이 제도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고 본다. 학원측의 문제도 많다"며 “기능사 취득으로 재외동포 자격을 부여해준다는 것은 부실 학원들만 생기게 하고 불법취업활동을 할수밖에 없도록 하는 동포를 기만하는 정책이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현상으로는, 수험생이 500명 수준에서 8천명으로 갑자기 늘어난 바람에, 급조하여 마련된 시험장소마다 환경이 다르고 시험감독도 일관적이지 않아서 억울하게 불합격된 수험자들이 많이 발생했다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요구하는 소송 바람도 불고 있다는 것이다.

@동포세계신문 제284호 2013년 1월 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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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재창호기능사시험, 중국동포들 대거 응시,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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