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 대탈출”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사(戰史) 중에서도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다. 전시의 긴박한 상황에서 민간인의 철수를 돕기 위해 군인들이 자기 목숨과도 같이 여기는 작전용 중장비를 수송선에서 내려놓고 그 공간에 더 많은 피란민을 태워 수송했는데 그 수효가 무려 10만명에 이른다.
“쉰들러 리스트”로 잘 알려진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 1908-1974)가 나치 수용소에서 구해낸 유대인의 수는 약 1,200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흥남에는 10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10만 명의 피난민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 전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민간인을 탈출시킨 작전으로 기록돼 있다.
“흥남 대탈출”은 오로지 인종, 국경, 종교, 이념이라는 모든 벽을 훌쩍 뛰어넘은 인간사랑이라는 큰마음이 움직였기에 가능했던 대서사극이었다. 이 “흥남대탈출”의 주인공은 바로 “의인”으로 불리는 현봉학이었다.
그의 눈물겨운 노력에 감동한 장군은 군수물자를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웠다. 이렇게 해서 배 193척에 나눠 타고 목숨을 구한 피난민은 9만8000여명. 마지막 수송선에 탄 1만4000여명은 12월25일 거제에 도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웠다. 이 배에서 5명의 어린 생명이 태어났다.
“한국의 쉰들러” 현봉학(玄鳳學) 선생은 1922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 모교에서 임상병리학을 강의했다.
미국 리치먼드의대에서 공부한 뒤 1950년 3월 귀국, 석 달 만에 6·25를 맞았다. 전쟁중 한국 해병대사령관 고문과 미10군단 사령관 민사부 고문으로 근무하던중 흥남부두에 이르렀고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하는 신화를 남겼던 것이었다.
휴전 후 다시 미국으로 간 형봉학은 펜실베이니아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토머스제퍼슨의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고, 연세대와 아주대 등 한국의 대학가에서도 후학 양성에 힘썼다. 2007년 86세로 별세했다.
그리하여 그해 8월 현봉학 박사는 재미동포 13명을 인솔하고 중국용정행차를 했다. 연변의 유지들과 지치주정부 외사처에 윤동주의 유적, 특히 묘소를 찾아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고향 사람들은 윤동주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다. 실망은 했으나 그들에게 윤동주가 뛰어 난 민족시인이었음을 역설하고 내년에 다시 방문할터이니 꼭 그 유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오오무라에 의해 윤동주의 묘소가 발굴된 소식을 접한 현봉학박사는 또 서둘러 용정으로 날아왔다. 1988년 6월, 현봉학 선생이 주동이 된 미중한인우호협회의 연증(捐贈)으로 용정중학교 동창회가 수선을 하여 윤동주 묘소의 첫 개수 작업이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가 용정 동산마루에 가면 볼 수 있는 시인의 유택은 그렇게 많은 “의인”들의 도움으로 세인들과 만났다.
은퇴 후 현봉학 박사는 윤동주 장학회를 설립하고, 용정중학에 윤동주의 시비를 건립하는 등 오직 윤동주 추모사업에 헌신하다가2007년에 타계했다.
지금도 시인의 고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용정중학의 시비를 마주할 때마다 이 의인을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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