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국 정부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미국은 동맹의 책임과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내세워 역할 확대를 요구하지만, 한국은 이란과의 충돌 위험과 국내 반대 여론, 한반도 군사 대비태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는 갈수록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미 백악관은 한국이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호르무즈해협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등이 이란전과 관련해 충분히 돕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미국 측이 호르무즈에서 필요한 군사자산 목록을 한국에 전달하고 한미가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 정부 역시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는 중동에 현지조사단을 보내 작전 여건을 확인하고 있다. P-8A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 전력, 무인 기뢰 탐색·제거 장비 등이 가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파병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이 특정 시한을 정해 파병을 요구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투병이 아닌 해상초계나 기뢰 제거 전력을 보내더라도 현지 상황에 따라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의 안전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미국과는 안보뿐 아니라 통상과 반도체, 대미 투자 등 여러 현안을 동시에 협의해야 한다.
결국 선택지는 ‘파병이냐 거부냐’ 두 가지로만 나뉘지 않는다. 직접적인 전투 참여를 피하면서 해상초계와 기뢰 제거, 상선 보호 등 항행 안전에 제한적으로 기여하는 절충안도 가능하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동맹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와 중동 분쟁 개입이라는 위험을 떠안는다.
결국 관건은 한국이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서 선을 그을 것인가다. 호르무즈는 이제 한국 외교가 동맹의 요구와 국익 사이에서 독자적인 선택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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