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수천㎞를 날아 대륙을 넘어 목표물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냉전시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했던 전략미사일 경쟁에 중국이 빠르게 가세하고 북한과 인도 등도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세계의 미사일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 전략미사일의 능력은 단순히 얼마나 멀리 날아가느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핵탄두 운반 능력과 발사체의 생존성, 잠수함 전력, 다탄두 기술, 미사일방어망 돌파 능력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핵 3축 강점…센티넬은 지연
미국의 지상 핵전력은 여전히 미니트맨Ⅲ ICBM이 담당한다. 1970년대 실전배치된 오래된 무기지만 지속적인 개량을 거쳤다.
더 강력한 축은 바다다. 전략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트라이던트Ⅱ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위치 노출이 어려워 선제공격을 받은 뒤에도 반격할 수 있는 미국 핵 억제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미국은 미니트맨Ⅲ를 차세대 LGM-35A 센티넬로 교체하고 있지만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미 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센티넬의 첫 비행시험은 당초 계획보다 약 4년 늦어진 2028년 3월로 예정돼 있다.
러시아, 야르스·아방가르드…사르마트는 시험 계속
러시아의 특징은 다양한 지상 전략무기다.
RS-24 야르스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고정식 사일로보다 위치 추적이 어렵다. 러시아는 지난 8월에도 야르스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극초음속 활공체 아방가르드도 러시아 전략전력의 한 축이다. 대기권에서 고속으로 기동하는 방식으로 기존 탄도미사일과 다른 비행 특성을 갖는다.
관심을 모은 초대형 ICBM RS-28 사르마트는 아직 개발 위험이 남아 있다. 2024년과 2025년 시험 실패 이후 올해 5월 시험에는 성공했다. 러시아는 실전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험 횟수가 제한적인 만큼 완전히 안정된 전력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DF-41·JL-3 앞세워 빠른 추격
가장 빠르게 전략전력을 확대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도로이동식 고체연료 ICBM DF-41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새로운 ICBM 사일로를 대규모로 건설하는 동시에 잠수함 핵전력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JL-3 SLBM과 전략핵잠수함의 결합은 중국의 보복공격 능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중국은 지난 7월 잠수함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태평양으로 시험발사하며 해상 전략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이어 7월 실시한 별도의 ICBM 시험을 둘러싸고 최근 태평양 도서국들이 사전 통보와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면서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 활동은 군사 문제를 넘어 외교 현안으로도 번지고 있다.
북한은 화성-20 개발…한국은 현무-5 배치
미사일 경쟁은 세 강대국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화성-18과 화성-19에 이어 차세대 고체연료 ICBM 화성-20을 개발하고 있다. 화성-20은 아직 비행시험이 확인되지 않은 개발 단계지만 북한은 올해 3월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한 고추력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공개하며 전략전력 고도화를 이어갔다.
한국은 성격이 다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한국은 재래식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기가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다. 군은 지난해 말부터 현무-5의 실전부대 배치를 시작했으며 지하 지휘시설과 견고한 표적에 대한 타격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도 역시 아그니 계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은 SLBM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사일 경쟁, 이제 ‘사거리’만의 싸움 아니다
전체 전략핵전력과 운용 경험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압도적인 축을 형성하지만 중국의 급속한 증강으로 기존 양강 구도는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과 인도 등도 독자적인 전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핵 3축과 잠수함의 생존성, 러시아는 다양한 지상 전략무기와 방어망 돌파 능력, 중국은 빠른 양적·질적 확대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은 고체연료 ICBM을 고도화하고 한국은 핵무기 대신 고위력 재래식 타격체계를 발전시키는 길을 택하고 있다.
결국 21세기 미사일 경쟁의 핵심은 가장 멀리 날아가는 무기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상대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 보복할 수 있는 능력과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는 기술이 전략적 우위를 결정한다.
미·러 양강의 시대를 지나 중국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여러 국가가 독자적인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서 세계의 전략무기 경쟁은 더욱 복잡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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