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세계 에너지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한국의 외교·안보 문제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이란은 한국을 직접 겨냥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최근 해상으로까지 확대됐다.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이란은 호르무즈 인근에 새로운 제한구역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선박의 안전과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해 중동산 원유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 정부에서도 동맹국들의 군사자산 지원을 기대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한국의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소셜미디어에 한국어로 입장을 내고 양국의 오랜 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도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거나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선택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를 직접 겨냥해 한국어 메시지까지 내놓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원론적 입장 표명보다 한층 강한 외교적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처한 상황은 단순히 파병 여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첫째는 한미동맹이다. 미국이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것인지가 외교·안보 문제로 연결된다.
둘째는 에너지 안보다. 호르무즈는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다. 해협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한국 역시 에너지 수급과 운송비 상승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셋째는 한국 선박과 국민의 안전이다. 한국이 군사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박과 국민에 대한 위험까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넷째는 대이란 관계다. 한국과 이란은 1960년대부터 외교관계를 이어왔다. 군사적 선택은 당장의 한미 협력을 넘어 향후 양국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한국에는 ‘참여냐 불참이냐’보다 어느 수준까지 역할을 맡을 것인지가 더 복잡한 문제다. 해상교통 보호와 군사작전 참여 사이에도 여러 단계의 선택지가 존재하며, 실제 병력이나 군사자산을 투입한다면 작전 범위와 법적 절차, 장병 안전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
호르무즈 위기는 이제 미국과 이란만의 대결을 넘어 동맹국들의 선택을 시험하는 국제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한미동맹과 에너지 안보, 대이란 외교, 국민 안전이라는 네 가지 이해관계가 동시에 얽혀 있다.
미국의 추가 요구와 이란의 대응 수위에 따라 한국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지는 힘겨루기가 한국 외교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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