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할 것이다."
최근 2년간 기업들이 앞다퉈 내세운 경영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AI를 이유로 대규모 감원에 나섰던 기업들이 잇따라 해고 결정을 되돌리며 숙련 인력을 다시 채용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했던 자동화가 오히려 업무 품질 저하와 운영 혼란으로 이어진 사례가 늘면서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기업 컨설팅 기관 인튜이션 랩스(Intuition Labs)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술 투자에만 집중하고 직원 교육과 재교육을 소홀히 한 기업일수록 AI 활용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AI의 결과를 검증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시스템을 관리할 핵심 인력을 먼저 감축한 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관리 솔루션 기업 오그뷰(Orgvue)의 조사도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AI 도입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한 기업은 39%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55%는 "감원 결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AI는 반복 업무는 빠르게 처리했지만 예외 상황이나 고객 응대, 복합적인 의사결정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지 못했다.
인사관리 전문기업 ADP도 AI의 답변이 일관되지 않거나 정확성이 떨어질 경우 결국 사람이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화가 중복 업무를 만들고 의사결정 속도를 늦춰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자동화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품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숙련 엔지니어 수백 명을 다시 채용하기로 했다. 회사는 AI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학습 데이터의 품질과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함께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호주의 커먼웰스은행도 AI 음성 상담 시스템으로 고객센터 인력을 대체했다가 상담 대기와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감원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IBM 역시 인사관리 업무의 약 94%를 AI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윤리적 판단과 복잡한 예외 사례는 AI가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IBM은 미국 내 신입 채용 규모를 확대하며 미래 인재 육성에 다시 투자하기로 방향을 수정했다.
이 같은 변화는 AI 도입 경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사람을 줄이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사람의 역량을 높이는 기술'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창의성·책임 있는 의사결정·고객 소통·윤리 판단은 사람이 담당하는 '인간-AI 협업'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감원보다 인재 재교육과 AI 활용 역량 강화가 더 중요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시행착오는 AI 시대에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통제하며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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