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의 앤털로프 리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매립이 진행된 데 이어 최근에는 활주로로 추정되는 구역의 공사가 뚜렷해졌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던 단계에서 항공기 운용을 염두에 둔 기반시설 조성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9월 25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에는 길게 뻗은 구역을 따라 지반을 다지는 작업이 포착됐다. 자갈과 콘크리트 자재가 쌓여 있고 새로 조성된 부두에는 건설 자재를 실어나르는 선박도 드나들고 있다. 현재 공사 속도를 토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2027년 상반기 포장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항공기 운용 시점은 아직 전망의 영역이다.
활주로 건설 가능성은 지난 8월부터 제기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당시 위성사진에서 길게 정리된 지반을 확인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난 최근 사진에서는 공사가 한층 진척된 모습이 나타났다.
앤털로프 리프는 본래 파라셀군도의 작은 암초였다. 중국이 준설과 매립을 확대하면서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AMTI가 올해 3월 분석한 매립 면적은 약 1490에이커. 파라셀군도의 중국 핵심 거점인 우디섬보다 넓고 스프래틀리군도의 미스치프 리프와 비슷한 수준이다. 약 3㎞ 길이의 활주로를 놓을 공간도 확보됐다.
위치를 보면 중국이 이곳을 개발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북쪽에는 중국 해군의 주요 근거지인 하이난섬이 있고 남쪽으로는 베트남과 주요 항로가 이어진다. 항공기와 함정을 지원할 시설이 들어서면 하이난에서 남쪽 해역으로 이어지는 활동 반경을 보완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우디섬과 스프래틀리군도의 파이어리 크로스·미스치프·수비 리프 등에 장거리 활주로를 확보하고 있다. 앤털로프 리프에서도 항공기 운용이 가능해지면 기존 시설 사이를 잇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다.
이번 공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시점에도 있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스프래틀리군도에서 대규모 매립을 진행한 뒤 한동안 이 정도 규모의 인공섬 조성에 나서지 않았다. AMTI는 앤털로프 리프를 중국이 2017년 이후 남중국해에서 추진한 첫 대규모 인공섬 건설로 평가했다.
아직 군사기지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중국은 이곳에 새로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중국 측에서는 기상 관측과 해양·과학 연구 등 민간 용도가 거론돼 왔다. 위성사진에서도 대규모 탄약고나 연료저장시설로 볼 만한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성격을 가를 단서는 다음 공정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활주로 포장 뒤 대형 격납고와 레이더, 연료저장시설이나 방공·대함 관련 설비가 추가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유권 문제도 얽혀 있다. 파라셀군도는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대만도 권리를 주장한다. 중국은 1974년 당시 남베트남군과 충돌한 뒤 이 지역을 장악했다. 새 시설이 군사적 기능까지 갖추게 되면 베트남과의 영유권 갈등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해상·공중 활동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남중국해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해상교통로다. 이 해역의 긴장이 높아지면 원유와 원자재 수송, 수출입 물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앤털로프 리프를 둘러싼 관심은 이제 얼마나 넓게 매립했느냐보다 그 위에 무엇을 짓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활주로 공사가 실제 항공기 운용시설과 군사시설 확충으로 이어지는지가 남중국해의 다음 변화를 읽을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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