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우리가 이겼다”…중동 질서 재편 선언
[인터내셔널포커스] 이란이 미국을 향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던졌다. 단순한 강경 발언이 아니라, 전쟁의 끝을 규정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란 의회 고문 메흐디 모하마디는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이미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단 하나의 종전 시나리오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분명했다. 전쟁에서 얻은 성과를 굳히고, 중동 지역에 새로운 안보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미국을 직접 겨냥해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약 20시간뿐”이라며 선택을 강요했다. “이란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동맹국들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군사 상황’이 아니라 ‘전쟁의 의미’를 선점하려는 데 있다. 실제 전황과 별개로 먼저 승리를 선언함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다. 전장에서 완전히 이기지 못하더라도 버텨냈다면 그것이 곧 승리라는, 이란 특유의 비대칭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새로운 안보 체계’라는 표현이다. 이는 단순한 휴전 요구가 아니다. 미국 중심으로 유지돼 온 중동 질서를 뒤집겠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 이란은 이번 충돌을 계기로 지역 주도권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시간’이라는 구체적 시한 역시 실제 군사적 데드라인이라기보다 강한 압박을 위한 상징적 숫자로 해석된다. 국제사회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미국의 결단을 몰아붙이며, 동시에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심리전 성격이 짙다. 그러나 “동맹국이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과장을 넘어, 확전 가능성까지 암시하는 고강도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난처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대응 수위를 높이면 중동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고, 반대로 물러서면 이란의 ‘승리 서사’를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동맹 방어와 확전 억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부담이 동시에 커진 상황이다.
결국 이번 발언은 전쟁의 끝이 어디인가보다, 전쟁 이후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이미 이겼다’는 선언으로 협상의 출발선을 끌어올렸고, 미국은 그 틀 안에서 움직일지, 판 자체를 뒤집을지 선택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전장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하나다. 이 전쟁을 ‘누가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동의 다음 질서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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