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2026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미국 국토안보부와 소속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에게 평범한 하루가 아니었다. 의회 양당의 극한 대치 속에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총괄하는 핵심 부처인 국토안보부가 부분 업무 정지, 이른바 ‘셧다운’에 들어갔다. 최근 6개월 사이 미국 정부가 맞이한 세 번째 유사 사태다.
표면적 원인은 이민 집행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다. 그러나 이번 셧다운은 단순한 정책 이견을 넘어, 국가의 핵심 기능마저 정치적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는 워싱턴 정치의 구조적 병폐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지난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법집행 요원들이 체포 과정 중 미국 시민 두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전국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법집행 요원의 복면 착용 금지, 식별 번호 공개, 바디캠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 조치들을 국토안보부 예산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 같은 요구를 전면 거부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상식적 개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들조차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결과 국토안보 예산은 정책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정쟁의 인질로 전락했다.
백악관은 “민주당이 셧다운을 초래했다”고 책임을 돌렸고, 민주당은 “개혁 없는 예산 지원은 없다”며 맞섰다. 양측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국토안보부는 결국 2월 14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했다.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무급 근무 또는 강제 휴직 상태에 놓였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셧다운의 영향이 균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5년 통과된 특정 법안에 따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미 평년을 훨씬 웃도는 예산을 확보해 이번 셧다운의 직접적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민 집행 업무는 그대로 지속됐다. 반면, 같은 국토안보부 산하의 교통안전청(TSA) 등은 고스란히 정치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
피해는 결국 국민과 현장 공무원들에게 돌아간다. 봄철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공항 보안 검색 요원들은 무급 근무를 강요받고 있다. 미국여행협회와 미국항공협회 등은 보안 요원들의 병가 사용이나 결근이 늘어 항공편 지연과 결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불과 몇 달 전 정부 셧다운 당시 반복됐던 ‘여행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 인력’이라는 이유로 초과 근무를 감내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이번 사태는 생계의 위기일 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토안보부는 공항 보안, 사이버 안보, 해안 경비, 재난 대응 등 미국 국가 안전의 중추를 담당하는 부처다. 정치권의 자존심 싸움 속에서 이 핵심 기관이 운영 마비 상태에 빠지고, 이민 집행은 계속 강행되는 반면 공항 보안은 흔들리는 현실은 초강대국의 통치 역량을 보여주기보다 분열과 마비에 빠진 미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낸다. 승자가 없는 이 싸움에서 반복적으로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국민의 안전과 국가 운영의 기본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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