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배경에,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Coupang) 문제가 얽혀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2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관세 압박이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갈등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며칠 전인 현지시간 23일, 미국 부통령 J.D. 밴스(J.D. Vance)는 워싱턴에서 한국 국무총리 김민석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겨냥해 차별적인 규제나 조사에 나서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밴스 부통령이 회담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쿠팡 사안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민석 총리는 방미 기간 중 미 의회 인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쿠팡이 한국 기업과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차별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밴스 부통령실은 관련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고, 주미 한국대사관도 회동 내용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김민석 총리는 귀국 후 한국 언론에 “미국 측에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인터넷·플랫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직접 개입한 사례로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두고도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쿠팡은 2010년 하버드경영대학원 중퇴생인 김범석이 창업했으며,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까지만 해도 본사는 서울에 있었다. 이후 본사를 미국 시애틀로 이전하며 미국 기업으로 재편했고, 전 백악관 비서실 고위 참모였던 로버트 포터를 글로벌 대외업무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일부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미국 기업임을 내세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최대 3,370만 명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돼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한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한국 사업 부문 전 CEO가 사임했다. 이후 임시 CEO를 맡은 미국 국적 인사는 수사 및 국회 조사 과정에서 한때 출국했다가 다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IT 기업 규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갈등은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한·미 무역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과의 협상 관련 예정됐던 회의를 취소했으며, 올해 1월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법에 따라 처리 중이며, 이를 통상 갈등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지속할 경우 무역협상이 복잡해지고,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돼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실제 회동 며칠 뒤인 1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기존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세율을 변경하지는 않아, 양국 간 추가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 측은 “한국이 무역 합의 이행에 진전이 없다는 점이 관세 발언의 주된 이유”라며, 기술·종교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압박해 온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사안 역시 연관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을 마무리하기 전에 핵심 쟁점이 정리되길 원하고 있으며, 관세 위협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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