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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까지 낮춘 미국…우크라이나보다 급해진 기름값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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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대한 미국의 한시적 제재 완화로 에너지 공급과 대러 압박 정책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정유시설과 유조선을 표현한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막아놓았던 경유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제한해온 워싱턴이 치솟는 기름값 앞에서 제재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러시아산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도 이날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운송, 수입 등을 허용하는 일반허가 135호를 발급했다. 허가 기한은 2027년 4월 7일까지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전면 해제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밝힌 공급계획은 우선 30만 톤 이상을 시작으로 11월 50만 톤, 이후 100만 톤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러시아 정유시설의 생산 여건에 따라 최대 300만 톤을 더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전체 계획 물량은 약 480만 톤에 이르지만 실제 공급 일정과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에 다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연료비 급등이 있다. 이란 전쟁 이후 미국의 경유 가격은 약 70% 상승했고, 8일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6.28달러에 달했다. 화물 운송과 농업, 난방에 쓰이는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물류비와 생활물가에도 부담이 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경유 가격 상승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돌리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자국의 연료비까지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백악관의 선택은 물가 안정 쪽으로 기울었다.


우크라이나는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모스크바를 압박할 수단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러시아로서는 새로운 수출 기회를 얻었다. 실제 거래가 확대되면 외화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일부 러시아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은 데다 국제시장의 공급 부족도 여전해 경유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대러 정책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며 경제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연료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미국에는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이지만 우크라이나에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압박 수단이 미국의 경제적 필요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푸틴을 압박하던 제재가 이제 트럼프의 기름값 고민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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