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중국은 이미 세계 강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유럽이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안락한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새 시대는 권력과 실력을 기반으로 형성되며, 경우에 따라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국방 역량과 경제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전략적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시대적 전환’을 선언했던 올라프 올라프 숄츠 전 총리의 연설을 연상케 한다. 메르츠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이 단순한 전쟁을 넘어 국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이미 명백한 대국으로 부상했고, 미국은 자국의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는 인식 아래 외교·안보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환상을 버리고 냉정한 현실주의에 입각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총리는 강대국 중심, 힘의 논리에 따른 세계 질서가 구조적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질서는 먼저 소국을 위협하고, 이어 중견국, 결국에는 강대국 자신에게까지 위험이 전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강력한 힘은 상호 신뢰와 존중에 기초한 동맹을 구축하는 능력”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최근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이 거론되며 나토의 결속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메르츠 총리의 연설 수 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련 사안에서 기존과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메르츠 총리는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입장을 바꿀 경우 유럽은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새로운 관세는 대서양 동맹의 토대를 잠식할 것”이라며, 실제 관세가 부과되면 유럽은 “일치되고, 침착하지만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이 북극 지역 안보에 더 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위원회’ 구상에 대해서는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독일은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모든 조치를 원칙적으로 지지하지만, 국제법 질서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고 전했다. 메르츠 총리가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 앞서 브뤼셀에서 열린 관련 서명식에 참석한 것은 트럼프 행보에 대한 독일의 신중한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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