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은 영결이다
박태일
긴 봄 장춘에서
마산까지 공부하러 왔던 겨레 학생
세무서 공무원에 부동산업까지 겸한다는
아버지 뱃심을 닮아선지 활달했던 처녀
한족 유학생보다 배달말 못했던 영결이가
한국 온 지 석 달 자랑스레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선생님 한국 극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희극 비극 야동……
어느날 전자편지에 나 영결이다라 써 나를 웃기더니
졸업하고 고향에 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던가
사업하러 북경에 상해에 있다는 소식을 받았건만
여섯 해나 더 지난 오늘 연길도
십칠 층 아파트 밖 뜨거운 불빛을 내려다 보노라니
문득 나 영결이다…… 다시 웃으며 편지를 줄 것 같은 아이
장춘이나 길림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상해 어느 무역상 사무실 옆자리를 얻었을까
저 터가 영결이가 걸을 곳이다
영결이 아버지가 거쳐 왔던 길
딸에게 배달말을 가르치지 못한 아버지가
다시 아침을 쬐며 걸어갈 저 터 위로
연길은 내게 영결이다
스물넷 장춘 겨레 유학생
영결이가 웃다 떠들다 간 마산 연구실 창밖 한 장 어둠이
이곳 연길 밤까지 따라와
그림엽서로 포개진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BEST 뉴스
-
‘조선족 혐오’… 한국 사회가 외면한 불편한 진실
글|허훈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공식적 표현은 ‘동포’지만, 현실의 시선은 종종 거리감과 불신을 포함한다. 일부 미디어와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된 이미지가 편견을 고정시키고, 그 결과 조선족 혐오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왔... -
역사 속 첫 여성 첩자 ‘여애(女艾)’… 고대의 권력 판도를 뒤집은 지략과 용기의 주인공
[동포투데이] 중국 고대사에는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대를 앞서간 활약으로 후대에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여애(女艾)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하(夏) 왕조 시기 소강(少康)을 보좌한 장수이자, 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첩자로 꼽힌다. ‘첩보전...
실시간뉴스
-
역사 속 첫 여성 첩자 ‘여애(女艾)’… 고대의 권력 판도를 뒤집은 지략과 용기의 주인공
-
백두산 현장르포④ | 용정의 새벽, 백두산 아래에서 다시 부르는 독립의 노래
-
[기획연재③] 윤동주 생가에서 보는 디아스포라 — 북간도 교회와 신앙 공동체의 항일운동
-
백두산 현장르포③ | 지하삼림, 천지의 그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또 하나의 세계
-
백두산 현장르포② | 폭포 앞에서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
-
[기획연재②] 윤동주 생가에서 보는 디아스포라 — 교육·신앙·항일의 불씨
-
[기획연재①] 윤동주 생가에서 보는 디아스포라 — 문학, 민족, 그리고 기억의 장소
-
백두산 현장르포① | 민족의 성산에서 천지를 마주하다
-
“해방군인가, 약탈군인가”…1945년 소련군의 만주 진출과 동북 산업 약탈의 기록
-
“고층에 살면 수명이 짧아진다?”…연구가 밝힌 생활 속 건강 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