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박태일 시/연길은 영결이다

  • 허훈 기자
  • 입력 2024.06.16 20:46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8ecb2aba-b433-4df6-af89-277222bb61ac.png

 

 

연길은 영결이다


박태일


긴 봄 장춘에서

마산까지 공부하러 왔던 겨레 학생

세무서 공무원에 부동산업까지 겸한다는

아버지 뱃심을 닮아선지 활달했던 처녀

한족 유학생보다 배달말 못했던 영결이가

한국 온 지 석 달 자랑스레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선생님 한국 극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희극 비극 야동……

어느날 전자편지에 나 영결이다라 써 나를 웃기더니

졸업하고 고향에 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던가

사업하러 북경에 상해에 있다는 소식을 받았건만

여섯 해나 더 지난 오늘 연길도

십칠 층 아파트 밖 뜨거운 불빛을 내려다 보노라니

문득 나 영결이다…… 다시 웃으며 편지를 줄 것 같은 아이

장춘이나 길림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상해 어느 무역상 사무실 옆자리를 얻었을까

저 터가 영결이가 걸을 곳이다

영결이 아버지가 거쳐 왔던 길

딸에게 배달말을 가르치지 못한 아버지가

다시 아침을 쬐며 걸어갈 저 터 위로

연길은 내게 영결이다

스물넷 장춘 겨레 유학생

영결이가 웃다 떠들다 간 마산 연구실 창밖 한 장 어둠이

이곳 연길 밤까지 따라와

그림엽서로 포개진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 동포투데이 & www.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추천뉴스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엇갈린 시선, 닿지 않는 마음 — 한중 젊은 세대의 온도차
  • “中 외교부가 극찬한 배우, 유역비의 조용한 선행 17년”
  • [클럽월드컵] 우라와·울산, 나란히 완패… 아시아 축구, 세계 무대서 또 굴욕!
  • “연봉 더 깎으면 누가 축구하나?”...中 전 국가대표의 궤변
  • 새로운 시작, 문화와 통합의 시대를 열며...
  • 유역비, 37세에도 ‘요정 미모’ 과시…“나이는 숫자일 뿐”
  • 이준석, 대선 토론서 ‘여성 신체’ 발언 파문…여성본부 “즉각 사퇴하라”
  • 中언론, 韩극우 향해 직격탄 “반중은 자충수”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김문수 결탁, 배신과 야합의 역사로 남을 것” 맹비난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박태일 시/연길은 영결이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