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2025년 9월 25일, 기자는 길림성 용정시 명동촌을 찾았다. 이곳은 애국시인 윤동주(1917~1945)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다. 복원된 생가는 소박하게 서 있고, 그 앞마당에는 여전히 들판에서 불어온 가을 바람이 머문다.
마을 입구의 표지석은 단순히 한 시인의 흔적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명동촌은 20세기 초 수많은 한인 이주민들이 정착하며 민족교육과 독립운동의 거점이 된 공간이었다. 윤동주의 삶과 시는 그 이주사와 겹쳐 있다.
1900년대 초, 일본의 토지 수탈과 가난을 피해 수만 명의 조선인들이 북간도로 이주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농사를 지었고, 동시에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학교와 교회를 세웠다. 명동학교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윤동주는 명동학교에서 기초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 학교는 단순한 배움터가 아니라 민족교육의 요람이었고, 독립운동 인재들을 길러낸 터전이었다. 교육과 신앙, 공동체 의식은 윤동주의 시 세계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연희전문(현 연세대 전신)에서 공부하던 그는 문학적 자의식을 키워갔다. 그러나 식민지 현실은 그의 시에서 늘 부끄러움과 성찰로 나타났다. 그는 이렇게 썼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짧은 다짐은 개인의 윤리적 고백을 넘어,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지식인의 절박한 호소였다. 일본 유학 중 항일 혐의로 체포된 그는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스물여덟의 짧은 생이었다.
명동촌 생가를 지키고 있는 한 관계자는 “윤동주 시인은 우리 조선족 사회의 자랑”이라며 이렇게 증언했다.
“일본 순사들이 이 마을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청년들이 잡혀가기도 했지요. 시인도 결국 그 길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지금도 학생들이 찾아와 ‘서시’를 낭송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가 지켜온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윤동주의 작품은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다. 그것은 해외로 흩어진 한인 공동체의 상처와 저항, 그리고 자기 성찰이 교차하는 문학적 산물이다. 별과 바람, 하늘 같은 상징들은 자연의 이미지이자, 떠도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오늘날 명동촌 생가와 명동학교는 조선족 사회뿐 아니라 한국과 해외 동포들에게 중요한 ‘기억의 장소’가 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항일운동, 그리고 문학적 저항을 동시에 품은 현장이다.
생가 앞마당에서 불어온 바람 속에서 기자는 다시금 시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그 다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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