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 아파트 몇 층에 사느냐가 정말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줄까. 언뜻 들으면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국내외 연구들에서 거주 층수와 생활습관, 나아가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된 바 있다.
최근 국외에서 발표된 한 장기 추적조사에서는 12년간 도시 거주민을 분석한 결과, 6층 이상에 사는 사람들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비율이 1~3층 주민보다 약 15%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천 명 넘는 주민을 조사했을 때, 고층 거주자의 경우 일상적 활동량이 줄고 뼈 건강 지표가 악화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노년층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를 단순히 ‘고층 = 단명’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거주 환경이 생활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고층에 살면 외출이 번거롭고 엘리베이터 의존도가 높아져 자연스레 활동량이 줄어든다. 노년층은 이 영향이 더 크다. 환기 조건이 좋지 않고 중앙 냉·난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지상에서 이뤄지는 가벼운 교류나 햇볕 노출이 줄면서 심리적 고립감이 커질 수 있고, 독거노인에게는 특히 위험 요인이 된다. 화재나 정전, 엘리베이터 사고 같은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역시 고층이 불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고층 거주가 곧바로 건강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거주 층수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루에 두 번 이상은 꼭 내려가 가볍게 산책하거나 주변을 걸으며 활동량을 늘리고, 집 안에서도 규칙적으로 환기를 시켜 가능한 한 자연풍을 쐬는 것이 좋다. 햇볕을 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신체 리듬을 조율하고, 이웃과의 가벼운 교류를 늘려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즉, 고층 거주 자체가 건강을 위협한다기보다, 그로 인해 줄어드는 활동과 사회적 접촉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층수는 단지 주거 선택의 문제일 뿐,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라며 “환경에 적응하고 생활 습관을 조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결국 수명과 건강을 지키는 힘은 층수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움직임과 생활 습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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