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프랑스 군 최고 지휘관 티에리 부크하르(Thierry Burkhard)가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유럽에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힘이 쇠퇴한 유럽은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앞에서 ‘식탁 위 요리’처럼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크하르는 유럽 국가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전략적 결속을 강화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세력 경쟁에서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크하르는 유럽의 위기를 단순히 군사력 강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 국제 질서를 ‘강력한 하드파워가 지배하는 세계’로 정의하며, 현재 글로벌 정세의 네 가지 도전으로 ▲무력 충돌의 지속적 사용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비서구 세력의 도전 ▲정보전의 영향력 확대 ▲기후 변화 충격을 꼽았다.
그는 “유럽의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 전차가 아니라, 서구 중심 질서를 대체하려는 세력의 등장”이라며, 군사적 공격 없이도 유럽을 흔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세력은 이를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크하르는 유럽의 힘과 전략적 위치가 불일치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유럽 국가들의 종합적 힘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지만, 정부와 시민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은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방위 정책에서의 분열을 지적했다. 중동·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보고 국방비 증액을 주장하는 반면,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러시아 위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해 GDP 대비 국방비를 5%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크하르는 “유럽 방위의 핵심 과제는 모든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조화시키는 것”이라며, “에스토니아와 포르투갈의 전략 시각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어느 국가도 단독으로 세계 주요 세력이 될 수 없다”며, 전략적 단결과 충분한 ‘임계 질량’을 확보해야 다른 강대국에 의해 분열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내 우려는 군 수뇌부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 전 총재이자 이탈리아 전 총리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는 “경제력과 소비 시장만으로는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미국의 행동이 EU에 큰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역시 유럽이 글로벌 무대에서 점차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며, “적게 하지만 제대로 하는 전략”과 방위 책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크하르는 우크라이나 문제 대응에서도 유럽의 수동적 입장을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독립 수호가 “유럽 전략적 이익의 일부”라면서도,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으로 인해 유럽의 참여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대부분 유럽 국가의 행동 전제 조건이 되고 있으며, 유럽이 책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 군대 운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과거 ‘선택적 전쟁’에서는 정치·군사 지도자가 병력과 무기 사용을 조정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불가피한 전쟁’으로 변모하며, 대응 방식과 군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크하르는 무기 체계 다양화와 저비용 소모성 무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급 기술 무기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고, 전술·조직 능력과 병행해야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측은 기술과 전술, 조직 능력을 모두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군의 탄약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프랑스 단독으로 러시아와 싸우지 않고, NATO 동맹국과 공동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필요 시 즉시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61세인 부크하르는 2021년 7월 프랑스군 최고 지휘관으로 취임했으며,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유럽 방위 문제와 전략적 대응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고급 기술 무기와 함께 저비용 자원도 확보해야 하며, 협력과 전략적 단합 없이는 유럽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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