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철민 기자] 지난 2월 “정찰 풍선 사태” 이후 그동안 미중 양측이 합의했던 대화와 협력 의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5월 들어 미·중 양국 고위 관료들 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미·중 관계를 바짝 쫓고 있는 연구자와 관찰자들 사이에서도 양측의 분위기가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 감지되고 있다.
5월 10~1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났다.
상황에 정통한 중국 고위 관리에 따르면 양측은 중미 관계, 대만 문제, 아시아 태평양 정세, 우크라이나 위기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했으며 10시간 이상 지속됐다. 회의는 솔직하고 깊이 있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이었다.
중미 회담 후 발표된 공식 뉴스에는 유사한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양측은 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계속 잘 활용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지난 8일에는 친강(秦刚)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11일에는 왕원타오(王文涛) 상무부장이 번스 대사를 만나는 등 미·중 고위급 접촉이 이어졌다.
전문가, ‘이변’을 막는 것이 미·중 간 가장 기본적인 공감대
지난 4월에는 설리번, 브라이언 링컨 미 국무장관,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여러 관리가 잇따라 중국 측과의 대화와 소통을 원하는 뜻을 밝혔다. 번스 대사도 지난 5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학생비자의 날 ”행사 후 펑바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 간 대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미중 양국이 서로 다른 의견을 논의할 수 있도록 심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인민대학 국가발전전략연구원 연구원인 디아오다밍(刁大明)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지난 12일 ‘2023 중국 인민대학 미국연구청년학술포럼’ 기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질적 표현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양측이 중·미 관계를 안정시키고 양국 정상의 발리 회동 공감대를 어떻게 계속 정착시킬지에 대해 사실상 매우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지에다레이(节大磊) 부교수는 “8일 친강이 번스 대사를 만나 중·미 간 ‘이변’을 막는 것이 미·중 간의 가장 기본적인 공감대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측의 ‘전략적 소통 채널을 계속 잘 활용한다’는 말은 무엇일까?
최근 만남과 관련해 지난 1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 문제에 정통한 오스트리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회담이 비엔나 로터리 연선의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라며 “오스트리아 당국으로부터 회담 며칠 전에야 미·중 고위 당국자로부터 비엔나를 선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측 익명의 당국자도 회동 후 “정찰 풍선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우리는 현재 (미·중 간) 표준적인 정상적 소통 채널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가안보보좌관급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데 공감하고, 조용한 채널을 통한 소통의 가치를 본 것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비엔나 회동이 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장 건설적인 회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디아오다밍은 양측의 표현이 이번 회의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이번 ‘실질’의 논의와 관련해 양국 관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추후 효과적이고 건설적으로 미·중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전한 궤도로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략적 소통 채널”이라는 표현은 미중 관계가 “정찰 풍선 사태”와 그에 따른 미국 내 정치적 노이즈 마케팅 등의 영향을 받더라도 이러한 전략적 소통을 유지할 수 있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당국자가 언급한 저조한 채널을 통한 소통의 가치”에 대해 디아오다밍은 이러한 새로운 '경유지'외교의 효과가 제도화된 회동 못지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전략적 의사소통 방식은 원활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이러한 소통이 안정적으로 지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국 측의 후속 약속이 더욱 이행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측에 있어 협력은 언제나 올바른 방향이며, 대화는 협력의 근간이지만 우리는 대화를 위해 대화해서는 안 되며, 미국의 특정 패권적 사익을 일방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 대화해서는 안 된다. 대화는 반드시 좋은 분위기가 있어야 하고, 긍정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양국 관계에도,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 전망ㅡ 일단 지켜봐야
특히 중국이 이번 오스트리아 회담에서 미국 측에 분명한 요구를 한 것은 미·중 관계 발전을 다음 단계로 지켜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이 양국의 인문 교류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과 간섭을 없애고 중국과 함께 양국 각계각층의 교류를 확대해 국민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번스 대사는 앞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양국 관계든 국민 간 교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양국 국민의 교류가 향후 미·중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번스 대사는 또 중국 유학생에 대한 환영의 뜻도 밝혔다.
물론 5월 이후 교류의 잦음과 분위기의 변화가 곧 미중 관계의 다음 행보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섣부른 판단임은 분명하며, 다음 단계는 미국 측이 과연 실질적으로 “미중 관계의 첫 단추를 꿰맬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학자들의 시각에 따르면 최근 들어 조금씩 선의가 쌓이고 있는 움직임에는 인문학적 교류의 부분이 담겨 있다.
지난 9일, 황핑(黄屏)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는 미국 뉴욕 맨해튼 검사실에서 열린 중국 유실 문화재 반환식에 참석해 미국 측과 반환 협약을 체결하고 중요 문화재 2점을 인수했다.
이번에 반환된 유물 2점은 북조에서 당나라에 이르기까지의 병풍석 다다미로 역사적, 과학적, 예술적 가치가 높으며, 최근 뉴욕 맨해튼 검사가 형사사건 수사 중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2015년 이후 5차례에 걸쳐 총 404점(세트)의 유물·미술품과 고대 생물 화석 1점을 중국에 반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외교관계위원회가 주최하는 싱크탱크 이사회(CoC) 2023년 연례 회의는 5월 8일 미국 국무부, 각국 주요 싱크탱크에서 80명에 가까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의 다양한 학자들이 미국으로 초청돼 발언했다.
지에다레이는 “중·미 관계가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25일과 26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해 중국 상무부 대표와 회담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이 5월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이 중국,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된 한 내용을 발표할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왕이는 12일 설리번과의 회동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엄정한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 중 기초이자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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