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철민 기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최대의 승리를 거두었다. 마리우폴을 상대로 한 82일간의 줄다리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항복하고 지역의 마지막 거점인 아조프 제철소에서 철수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 BBC 등 서방 언론들은 ‘푸틴의 승리’, ‘키이우의 좌절’이라고 평가했다.
[무기를 내려놓고 백기를 들어올리다]
러시아 측은 현지 시간으로 16일부터 항복한 우크라이나군이 계속해서 제철소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80명의 부상자를 포함해 959명의 우크라이나군이 항복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9명이 백기를 들고 제철소를 빠져나오자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대표가 교섭을 시작했고 결국 부상자들을 대피시키는 데 합의했다. 제철소는 "침묵" 모드에 들어갔고 인도주의적 통로가 열렸다.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제철소에 포위된 '아조프 연대'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투항했으며 부상자는 도네츠크 뉴아속스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도 투항자 중 211명은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러시아군이 장악한 올레니프카에 보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새벽 “우크라이나군 최고통수부는 아조프 제철소에 주둔하고 있는 군지휘관에게 수비대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싶다. 우크라이나의 영웅은 살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 포돌야크는 " 마지막 요새에 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러시아군의 공세에 82일 동안 버티면서 전쟁의 흐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제철소에 있던 우크라이나 무장병력은 탄약과 식량이 바닥났고 의료기재와 의약품도 부족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것은 푸틴의 포위는 하되 공격은 하지 않는 전술이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뉴욕 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당국을 인용해 제철소에서 철수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을포로로 교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도 억류자 교환 절차를 거쳐 우크라이나 통제구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이 군인들을 상대로 "민간인을 상대로 한 범죄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며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철소 내 나머지 우크라이군인들의 운명이 우려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두마 대변인은 "제철소에서 철수한 '아조프 연대' 대원들이 포로 교환에 동원돼서는 안 된다"며 "이들을 전범으로 확보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키이우와의 평화회담에 참석했던 슬루츠키 러시아 의원도 "'아조프 연대'는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그들은 더 이상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마리우폴에서 철수한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아조프 연대' 소속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많았던 자원봉사자 모임은 이후 국민경호대로 전환돼 극우 세력과 연계됐다..
모스크바는 그동안 '아조프 연대'를네오나치주의 단체라고 불렀고 러시아 검찰총장실도'아조프 연대'를 테러단체로 선포해 달라고 최고재판소에 요청했다.
그러나 17일 크렘린궁의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조프 제철소에서 항복한 무장괴한들은 국제기준에 따라 인도적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페스코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이런 보증을 섰다고 강조했다.
[터키의 도움 체첸이 주목]
이번 사태에서 터키는 유난히 분주했다. 터키 대통령실의 이브라힘 칼린 대변인은 부상한 무장괴한과 민간인을 포함해 아조프 제철소의 고립된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선박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먼저 육로로 사람들을 아조프 해의 베르단스크 항구로 보낸 다음 흑해를 통과하는 터키 선박에 태워 이스탄불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터키는 "도와주기"를 원했고 체첸 지도자 카디로프의 관심을 끌었다. 카디로프는 성명을 통해 "나는 이 나라의 지도력을 매우 존경하지만 '아조프 연대'는 돈바스에서 많은 잔학 행위와 민간인 학살에 연루된 파시스트 나치 범죄 무장 단체임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에르도안 총리에게 “‘아조프 연대’ 대원들을 러시아의 ‘침략’에 따른 무고한 피해자로 묘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당신의 도움으로 재판과 처벌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에게 속지 말라”고 충고했다.
터키는 유럽과 미국을 따라 영공 폐쇄나 제재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 무장에도 협력했다.
다음은 터키가 이스탄불에서 안탈리아 러-우 외무장관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상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은 지지부진했지만 터키는 중재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은 터키가 나토 회원국으로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단독' 차단하려 했고, 미국과 서방에 여러 요구를 했다는 점이다.
터키-러시아-우크라이나 '빅 트라이앵글' 관계와 더 넓은 국제 무대에서 터키는 '균형'을 통해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아조프 연대' 대원들을 빼내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중요인사’에 대한 언급 회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크라이나군을 철수시키려는 터키의 움직임은 "제철소 중요인사"에 대한 외부 세계의 추측에 신비감을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는 “제철소 무장병력을 소멸할 경우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과 제철소 병력을 맞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들의 가치를 방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수비대가 철수하기 시작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들 사이에 이른바 '중요인사'가 있는지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서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막내아들 재단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생물학연구소장’, 캐나다 전역 카디르 중장, 나토 육군사령관 로저 클라우티에 중장, ‘돈바스 공격을 준비하는 서방 정보기관 요원’, ‘나토 고위급 지휘관 50여 명’, ‘영·미 등 서방 다국적군 전 장병’ 등이 제철소에서 ‘전사’ 또는 ‘구속’ 등 소문이 난무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담당 차관보인 페스코프는 최근 ‘중요인사’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 보도와 진실의 부합도를 평가할 수 없으며 이는 전적으로 러시아 군인의 특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러시아 대외정보국 공보처는 17일 미 정보당국의 계획에 따라 지난 4월 국제테러조직 IS 대원 약 60명이 감옥에서 풀려나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의 교차점 인근 탄브(Tanv) 군사 기지에서 훈련을 받고 우크라이나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아조프 제철소에 ‘중요인사’가 있다는 공식적 근거는 없지만 테러범들을 비밀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시킨 것이 드러나면 미국의 체면은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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