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저는 20세기 40년대에 한반도(본적이 경상남도 밀양입니다.)에서 중국으로 피난간 부모를 둔 교포2세이며 저의 이름은 훈이입니다.

저의 남편 이영대 역시(본적이 경상남도 거창입니다.)교포 2세이며 2002년 8월 12일, 초청비자로 입국하여 서울시 강동주유소에서 일하던 중 2004년 2월 18일 밤, 작업복을 입은 채 쓰러져서 세상을 떴습니다. 국립과학연구소의 부검결과에 의한다면 연 일년 반 동안을 야근만 했던 저의 남편은 지나친 과로로 심혈관 파열이 생겨 그렇게 된 것이랍니다. 대학에 다니는 두아들의 뒷바라지에 들 엄청난 돈 때문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고 그런 무리를 한 불쌍한 저의 남편입니다.

아!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습니다. 저와 아이들한테는 대통령과 같은 존재였던 소중한 저의 남편입니다!! 그야말로 갑자기 하늘이 무너진 격이고 우리 가정의 대들보가 내려 앉은 격이었습니다.

2004년 2월 27일, 사망비자를 발급 받아 입국을 했던 저는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귀국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그때 북경 중앙민족대학 3학년생이었던(23세)큰아들과 북경과학기술대학 1학년생이었던(19세) 작은 아들한테는 당장 돈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닥친 것입니다. 그리하여 슬픔은 잊어야 했고 애들 아빠 대신에 저는 가장의 책임부터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눌러 있게 되었고 직장을 찾아 일하게 된 것입니다.

체류연기 문제로 저는 명동에 있는 중국영사관과 목동에 위치한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알아봤지만 사망비자는 원래부터 허용체류기한이 1개월뿐이라 연장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어쩔수 없이 불법체류자로 되었고 불법으로라도 아이들의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당시의 부득이한 저의 사정이었습니다.

저는 참말로 열심히 벌었고 그래서 두 아들은 무난히 학업을 마치고 지금은 중국의 수도 북경에서 다들 알아주는 좋은 직장에 취직까지 했습니다. 이제 가장으로서의 저의 의무는 성공적으로 끝난데다 8년간의 무리로 몸이 많이 지치고 망가져서 귀국하려 합니다. 불법체류자 신세라 8 년간 병원검사 한번 받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딱했던 저의 사정이야 어찌됐든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외국인 체류법을 어긴점 대단히 죄송하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도적사유가 있었음을 감안하여 이해해 주시고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신다면 고맙고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은 대한민국은 우리 부모님의 고국이며 그래서 우리한테도 모국인데 우리 교포들에 대한 법률만은 조금 애매하여서 우리가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너무 속상합니다. 그렇더라도 절대로 불만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하늘이 무너진듯하던 저희한테 살길을 주었고 덕분에 지금 애들한테는 멋진 새 인생이 열렸으며 갑자기 가장을 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족 역시 빈곤에서 완전 탈출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집에 있을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일하면서도 배웠습니다.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의 실생활을 체험한 점 또한 대단한 행운으로 여깁니다. 저는 그래서 아주 만족합니다. 우리 조상의 나라가 이처럼 발달되어 있다는 게 너무나 고맙고 그래서 자랑스럽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그점 평생 감사하며 살 것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맘에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저의 남편의 유해는 바다장례식장을 통해서 인천 앞바다 녹색17번 부표에 모셨습니다. 여기서는 버스로 지하철로 잠깐이면 다녀올 수 있지만 제가 귀국하고 만약에 불법체류자 경력 때문에 입국규제에 걸려 다시 올 수 없다면 남편의 영혼은 영원히 위로 받지 못하는-불쌍한 무주고혼으로 남게 될것입니다.1~2년 후에라도 재 입국이 가능할 수는 없을까요? 가능하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겠지만 아니라도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다른 나라도 아닌 조상의 나라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게 여길 것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갑자기 한국에서 돌아 올 때의 물건 서류들을 다시 정리하다가 인천출입국사무소에 제출했던 이 서류를 발견해서 여기에 올립니다. 저는 이서류 때문이었던지 벌금 한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사무소 일꾼들의 위로까지 받고서 귀국했습니다. 누군가 만약에 저같은 처지에서 귀국하는 이가 있으시다면 도움이 되실 것 같아서 올립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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