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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앞바다에 멈춘 이란 유조선 20척…미국 압박에 귀항길 막혀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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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로 이란 관련 유조선들의 운항과 보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형상화한 이미지. 스리랑카 인근 해역에 여러 유조선이 대기하는 모습을 재구성했다. 이미지=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스리랑카 남서쪽 바다에 이란 유조선들이 줄지어 멈춰 섰다. 원유를 가득 실은 배가 아니라 화물을 내려놓은 빈 배들이다.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 원유를 실어야 하지만 귀항길이 막히면서 약 20척이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선박이 스리랑카 남서 해안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해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선박에서는 식량과 식수, 연료 부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들 유조선은 그동안 이란과 아시아를 오가던 원유 수송망의 한 축이었다. 이란에서 원유를 싣고 나온 뒤 아시아 해역에서 화물을 넘기고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 가운데 상당량은 말레이시아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을 거치는 복잡한 경로를 이용해왔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겨냥한 해상 압박을 강화하면서부터다. 화물을 내려놓은 배들이 귀항하지 못하면서 스리랑카와 말레이시아 주변에 머무는 선박이 늘기 시작했다.


배가 움직이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장기간 바다에 머물려면 연료와 식수, 식량을 공급받고 필요한 정비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란 관련 선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업체들도 선박 지원에 부담을 느끼면서 기본적인 보급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선박들이 머무는 곳은 스리랑카 영해 밖 국제수역이다. 스리랑카 측은 해당 선박들이 자국 영해에 들어와 있지 않으며 정부 차원의 물류 지원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압박 범위는 최근 육상 운송으로도 넓어졌다. 미 재무부는 1일 이란 자동차·철도 부문과 관련 해외 공급망을 추가 제재했다. 해상 운송에 제약이 커지자 이란이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등의 운송에서 육상망을 활용하는 움직임을 겨냥한 조치다.


스리랑카 앞바다에 멈춰 선 유조선들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원유 거래를 넘어 선박 운항과 보급까지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에서 다시 원유를 실어야 할 빈 배 20척은 지금 아시아 바다에서 다음 항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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