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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충분히 줘야 혼인신고”…中 농촌 ‘억대 신붓값’, 결혼인가 거래인가

  • 화영 기자
  • 입력 2026.09.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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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아들 가진 집은 거지가 되고, 딸 가진 집은 부자가 된다.”


중국 일부 농촌의 고액 ‘차이리(彩礼)’ 문제를 빗댄 씁쓸한 풍자다. 결혼 때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전달하는 전통 예물이 수십만 위안으로 치솟고 집과 자동차, 금 장신구까지 사실상의 혼인 조건처럼 따라붙으면서 “결혼인가, 거래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집·자동차·차이리 등에 수십만 위안에서 100만 위안 이상이 들어가 아들을 결혼시키려면 농촌 가정이 여러 해 모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단순히 결혼비용이 비싸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돈이 실제 혼인의 조건이 되는 사례도 중국 법원의 판례에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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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인민법원이 공개한 대표사례에 따르면 왕모씨는 2023년 맞선으로 리모씨를 만났다. 리씨는 함께 생활하고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25만 위안을 줄 것을 요구했고 이후 임대료와 귀금속,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12만 위안 이상을 받았다.


왕씨가 혼인신고를 요구하자 리씨는 이를 미루며 여러 차례 “돈을 충분히 줘야 혼인신고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지 못하고 법정에 섰다.


법원은 단순한 연인 사이의 선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리씨가 결혼에 대한 상대방의 기대를 이용해 재물을 요구했다며 12만 위안이 넘는 돈을 모두 반환하도록 했다.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최고인민법원이 공개한 또 다른 사건에서는 한 여성이 약 4년 동안 세 차례의 짧은 혼인을 하면서 각각 8만6000위안, 8만 위안, 18만 위안의 차이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은 이를 ‘차이리를 명목으로 혼인을 이용해 재물을 요구한 행위’로 판단했다.


이쯤 되면 고액 차이리를 무조건 아름다운 전통 예물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분명해진다.


물론 정상적인 차이리 풍습 자체를 매매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돈을 내야 결혼한다”는 가격이 정해지고 그 돈을 주지 않으면 혼인이 성립하기 어려워진다면 사실상 사람의 결혼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혼은 돈을 지불하고 배우자를 데려오는 거래가 아니다. 아들을 둔 부모가 결혼 한 번에 평생 저축을 털고 빚까지 져야 하는 반면 거액의 금품이 혼인의 전제조건으로 오가는 구조라면 ‘전통’이라는 이름만으로 감싸기도 어렵다.


중국 당국이 고액 차이리 근절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이리 액수만 낮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랑과 당사자의 선택보다 돈이 먼저인 혼인 관행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면 “아들 가진 집은 거지가 된다”는 풍자 역시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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