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청두룽청(成都蓉城) 구단이 경기 하루 전 내홍에 휘말렸다. 한국인 사령탑 서정원 감독이 구단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며 “더는 참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이다. 우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의 중심에서 터져나온 작심 발언은, 겉으로 보였던 '성공 서사' 이면의 불안한 기류를 드러냈다.
서정원 감독은 17일, 슈퍼리그 17라운드 톈진 진먼후 원정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시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문제를 참고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감독으로서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구단이 감독 및 코치진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았고, 의료진 교체나 선수 이적·임대 과정에서도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두싱청투자그룹(成都兴城投资集团)이 지난 4~5년간 보여준 지원에 감사드린다. 팬들의 응원 역시 늘 힘이 됐다”며 말을 잇던 그는, “우리 팀은 현재 우승을 향해 가고 있고, 이미 그 목표에 가까워졌지만 지금 나는 굉장히 어렵다.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구단은 서 감독의 이례적인 발언 이후 긴급 진화에 나섰다. 청두룽청은 같은 날 밤 공식 웨이보를 통해 “서 감독의 발언을 인지했고, 구단은 해당 사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현재 감독 및 코치진과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을 진행 중이며, 팀의 안정과 단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정원 감독은 K리그 수원 삼성의 감독과 코치를 역임한 뒤, 2020년 12월부터 청두룽청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의 연봉은 세전 약 2,700만 위안(한화 약 5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한 뒤 고액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중국 축구계 전반에 몰아닥친 긴축 기조 속에서 구단의 재정 여건도 녹록지 않다. 청두룽청을 후원해온 국유기업 싱청투자그룹의 재무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싱청그룹은 2018년 청두룽청의 전신인 ‘청두흥성 FC’를 설립해 짧은 시간 내 슈퍼리그 진입을 이끌었다. 2023년 리그 4위, 2024년에는 3위에 오르며 빠르게 강호 반열에 진입했으며, 현재 시즌에서도 10승 4무 2패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의 기반이었던 흥성그룹은 2022년 '포춘'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 진입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4년에는 순위권에서 탈락했다. 핵심 계열사인 ‘흥성인거(兴成人居)’의 2024년 순손실은 20억 위안(약 3,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네 배 가까이 손실 폭이 커졌고, 전체 매출도 37% 이상 급감했다. 이는 부동산 불황의 여파가 축구단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서정원 감독의 공개 발언은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구단 운영의 투명성과 소통 부족, 그리고 감독에 대한 신뢰 결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리그 중반이라는 민감한 시점에서 감독과 구단 간 균열이 표면화된 만큼, 선수단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 감독은 “이제는 나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지만, 당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구단이 이 사안을 단순한 오해로 봉합할지, 혹은 보다 근본적인 조직 재정비로 나아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슈퍼리그 상위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청두룽청이 맞닥뜨린 이번 갈등은, 화려한 성적 뒤에 가려져 있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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