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L 2-2 무승부 뒤 터진 돌직구… 중국 팬들 울리고 달궜다
[동포투데이] 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청두 룽청이 일본 고베 비셀과 2-2로 비긴 직후였다. 눈앞에서 승리가 날아간 허탈감보다 경기장을 더 뜨겁게 만든 건, 한 한국인 감독의 단호한 한마디였다.
“중국 축구의 존엄은 남이 베푸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피땀으로 되찾는 겁니다.” 청두를 이끄는 서정원 감독(徐正源)의 이 발언은 곧바로 중국 축구계를 정면으로 몰아붙였다.

경기는 초반부터 살얼음판이었다. 전반 6분 로물루의 왼발 슛이 골대를 스쳤고, 12분 저우딩양의 헤더가 또 한 번 골대를 때렸다. 그러나 선제골은 고베가 가져갔다. 일본 대표팀 출신 무토 요시키가 전반 18분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청두는 전반 추가시간 펠리페가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꽂아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들어서는 위스하오가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펠리페가 침착하게 넣으면서 2-1 역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종료 1분 전, 실수로 내준 PK가 다시 실점으로 이어지며 경기는 2-2로 끝났다.
무승부였지만 경기 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서정원 감독은 눈가가 붉어진 채 선수들을 감싸면서도 날 선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훈련에서 느슨하면 난 바로 바로 잡습니다. 왜냐면 당신들은 ‘중국 축구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지더라도 서서 지는 팀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공격 축구로 자존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기자석은 조용해졌다. 한 중국 기자가 “한국 감독이 우리 존엄을 더 챙긴다”며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흘러나왔다.
서 감독의 울분에는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 ACL에서 중국 슈퍼리그 4개 팀 중 3개 팀이 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상하이 하버는 6경기에서 무려 15실점을 허용했다. 태국 팀에게 1-5로 대패한 장면은 현지 팬들조차 외면할 정도였다. 평균 연령은 29세로 높고, 스프린트와 주력은 J리그 선수들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중국 축구가 스스로 알고 있던 문제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 감독의 입을 통해 다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청두만큼은 달랐다. 이날 청두는 고베보다 3.2km 더 뛰었고, 고강도 스프린트도 47회 더 많았다. 뛰기만 한 게 아니었다. 패스 성공률 82%, 결정적인 공격 전개를 만든 패스가 19회나 나왔다. 수치만 놓고 보면 중국 팀답지 않은, 완전히 다른 축구였다. 올 시즌 선제 실점한 7경기 중 5경기에서 승점을 챙긴 것도 팀의 체력·멘털·전술이 모두 바뀌고 있다는 증거였다. 청두 선수들은 “감독이 매일 고강도 훈련을 시키며 ‘중국인은 남들보다 부족한 게 아니다. 다만 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털어놓았다.
서 감독은 “내년엔 더 두꺼운 스쿼드로 돌아오겠다”며 더욱 구체적인 계획도 꺼내 놓았다. 이미 9명의 U18 선수를 유럽(벨기에)에 파견했고, 아프리카·혼혈 선수들을 활용하는 새로운 귀화 전략도 검토 중이다. 관중 수입의 30%를 반드시 유소년 육성에 투입하는 자체 정책도 발표했다. 그는 “귀화 선수만 바라보는 건 한계가 있다. 결국 자국 선수 키우는 게 본질”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기 후 관중석에서는 백발의 노장 팬이 “우린 25년째 존엄을 찾고 있다”며 눈물을 보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이날 청두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존엄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서 되찾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감독이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면, 중국 축구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있을까.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팀만이 아시아 정상에 설 수 있다.”
서정원 감독의 이 한마디가 중국 축구의 다음 장을 바꿀 수 있을지, 현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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