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미국 정부가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자, 항만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율 관세가 실제로 적용될 경우, 항만 인프라 현대화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물류 효율성 저하와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항만당국 협회(AAPA)는 최근 발표에서 “중국산 STS(안벽) 크레인에 관세가 부과되면, 향후 10년간 업계 전반에 67억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APA는 미국 전역 81개 항만을 대표하는 단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항만들은 현재 총 55대의 중국산 크레인을 발주해 놓은 상태이며, 앞으로 6~10년간 151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들 장비에 10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현재 발주분에만 18억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는 이같은 비용 증가가 항만 운영 수익성을 급격히 저하시켜 시설 현대화와 확장 계획을 좌초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휴스턴항은 중국 기업과 STS 크레인 8대 공급 계약을 맺고 2026년 납품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누적 관세율이 270%에 이르러 3억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항만 확장 및 화물 처리 능력 강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 항만청이 발주한 크레인 8대 중 절반에도 2천만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가 붙게 되는 등, 유사 사례가 미국 주요 항만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 항만 업계는 중국산 크레인의 경쟁력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 성숙도, 납품 속도, 가격 면에서 중국 제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일본, 핀란드, 독일의 몇몇 업체만이 유사 제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생산 능력은 제한적이다. 일부 핵심 부품도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 내에는 STS 크레인을 제조하는 업체가 1980년대 이후 전무하다. 정부가 ‘현지 생산’이나 ‘자국산 대체’를 추진하더라도, 제조 기반 조성부터 공급망 재편, 세제 지원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단기간에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율 관세의 여파는 항만을 넘어 물류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크레인 도입 지연은 화물 적체와 선박 대기 시간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곧 물류비 상승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항만에서 100만달러 규모의 수입 화물을 처리할 경우 국내에서 200만달러의 생산 유발 효과와 12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항만 효율성이 떨어지면 이러한 경제 효과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 경쟁력 약화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유사한 관세 규제를 받지 않아 미 항만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화물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남캘리포니아의 물류 허브에서는 관세 부담 여파로 트럭 운송량이 23%나 감소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정책이 장기화되면 항만 관련 산업 전반에 대규모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 항만에서 사용하는 STS 크레인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중국 제품은 안정적인 성능과 신속한 납기로 글로벌 항만 운영의 기준이 되고 있다. 업계는 “미중 간 경제 협력은 국제 분업과 시장 규칙에 기반해 구축된 시스템”이라며, 무리한 '디커플링(탈중국화)'은 경제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미국 항만 업계의 이번 반발은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무역 정책의 현실적 모순을 드러낸다. 오히려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연결된 오늘날, 폐쇄적 정책보다는 실질적 협력과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인프라 개선과 경제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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