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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공격’ 배후는 누구?

  • 화영 기자
  • 입력 2023.05.0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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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 건물 돔에서 드론 공격으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영상 캡처)

 

[동포투데이]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크렘린궁 상원 건물 돔으로 빠르게 날아갔고, 돔 부근에 다다르자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크렘린궁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이는 5월 3일 이후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진 두 편의 비디오에 담긴 내용이다. 러시아 당국은 3일 크렘린궁에 접근해 공격하려던 무인기 2대가 러시아 방공군에 의해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없었고, 사건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러시아는 즉각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신속하게 개입을 부인하며 러시아가 대(對)우크라이나 민간시설 추가 공격을 위한 조작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핀란드를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밤(현지 시간) "우리는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이르고 양측 간 '싸움과 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렘린궁에 대한 공격으로 이 희미한 희망마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은 아닌지 모든 당사자가 우려하고 있다. 2022년 4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화와 접촉이 처음 결실을 맺었을 때 부차 사건이 발생해 협상이 종료되었다. 2022년 10월 크림대교 피격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는 양측의 공세가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신호다.


앞서 유출된 펜타곤 기밀문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5월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타스통신은 3일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을 인용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감지되고 있다며 5월 중순 이전에 더 큰 규모의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두 가지 가능한 공격 모드


우크라이나군 무인기가 러시아 내륙 표적을 공격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해 3월부터 노후화된 소련제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장거리 공격을 시도했지만, 러시아군의 대공 화력에 의해 요격당하는 일이 많았다. 일부 드론은 항법 문제로 표적을 이탈했고, 구형 드론은 유럽 동맹국 영공을 넘어 크로아티아에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동맹국의 도움으로 재래식 무인기와 상업용 무인기를 개조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7월 폭탄을 탑재한 드론은 크림반도 등 러시아군 후방 목표물 공격 시도를 시작으로 흑해함대 본부까지 날아갔다. 이들 공격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통해 드론의 장거리 공격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2월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300㎞ 떨어진 러시아 공군기지 2곳에서 폭발음이 났는데, 이 중 한 곳이 러시아 최대 전략폭격기 기지였다. 러시아의 '특별 군사직전'이 시작된 지 10개월 만에 전쟁이 러시아 내륙 지역으로 번진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소련 시대의 제트기 투폴레프 Tu-141을 이용해 두 차례 공격을 계획한 것은 이들 노후 장비가 한층 더 개조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러시아 본토 보안군이 이들 항속이 느리고 비행고도가 낮은 드론에 대한 탐지와 타격을 표적으로 강화하면서 우즈베키스탄군은 이후 장거리 급습의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단거리지만 은폐성이 강한 상업용 드론을 사용해 크림반도를 공격하는 데 여러 차례 성공했다. 지난 4월 말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크림반도의 한 유류저장소를 공격해 화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투폴레프 Tu-141이 모스크바까지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불과하고 공격 정확도가 떨어져 사전 요격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크렘린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있다면 러시아 내에 파괴팀이 침투해 표적지 인근에서 드론을 발사해 공격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적후에서 다양한 파괴팀이 활약하고 있으며, 양국 국민의 비슷한 모습, 공통 언어 및 긴밀한 관계망은 우크라이나 공작원들의 침투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측에 포착된 이들 침투팀은 무장 수준이 높아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까지 소지하고 있을 정도다. 러시아 측은 앞서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유명 학자 두킨의 딸 두키나를 숨지게 한 자동차 폭발 사건을 우크라이나 공작원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첨단 장비를 휴대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파괴팀의 일반적인 파괴 방식은 드론 공격보다는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8일 러시아의 '세기의 프로젝트'로 불리는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나 교통이 완전히 끊겼다. 러시아 측은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장이 직접 주도해 폭발물을 건축자재에 숨겨 우크라이나 항구인 오데사에서 불가리아로 운송한 뒤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등을 거쳐 트럭에 싣고 크림대교로 이동해 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 피격 하루 전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1일 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불과 66km 떨어진 한 마을에서 고압선 철탑이 폭파되고 현장에 출동한 러시아 군경이 또 다른 송전탑에서 폭발 장치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페스코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후방에서 발생한 이들 '테러'의 배후라며 러시아 보안군이 방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크렘린궁이 공격받았다.


전문가답지 못한 행동?


크렘린궁에 대한 공격 이후 러시아 정부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보복할 권리를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상 급진적이었던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은 5월 3일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가 "젤렌스키와 그의 일당을 육체적으로 소멸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코르투노프 러시아 국제사무위원회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범위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코르투노프는 "이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있는 목표물을 타격함으로써 분쟁의 지리적 범위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인프라를 계속 공격해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시각에서 볼 때 크렘린궁 피격 사건은 의문점도 있다. 포돌리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격 개입을 부인했다. 그는 이런 행동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도시 및 민간시설 공격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가. 무슨 논리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미 언론 폴리티코는 미국 측 관리들은 이번 공격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면 왜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느냐"며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군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소식은 접했지만 검증할 수 없고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크렘린궁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 목표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국경 간 공격을 격려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를 빌미로 미 국방부는 줄곧 우크라이나에 첨단 드론과 전투기 판매를 거부해왔다. 미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이 정말 '무모한 행동'을 했다면 서방이 군사원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더 줄어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공격이 친우크라이나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미국 측 분석이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정평이 나 있지 않은 노드스트림 파이프라인 피습 사건이 친우크라이나 무장단체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2018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공개 활동 중 드론 공격을 받았던 것과 달리 크렘린궁을 공격한 것은 푸틴이 크렘린궁에 살지 않는 데다 크렘린궁 옥상 공격도 중요 인사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비전문적인 참수작전'이라고 지적했다.(China News Weekly/Reporter: Cao 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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