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의 인연도 소중히 여기는 정치인 홍성남의 상생에서 상생으로
■ 서평 <삼국지 영웅들의 인연> 한국인권신문 김광석 편집인
‘역사란 무엇인가?(1961)’에서 저자 E. H. Carr는 역사란 현재의 역사가(주관적)와 과거의 사실(fact-주관적)들 간의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대화라고 했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 역사학은 절대 완전한 역사를 성취할 수는 없어도 보다 완전한 역사를 향해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역사가가 역사적 사실(역사가의 역사/사실:사건)을 정확히 기록했다고 칭찬하는 것은 건축가가 잘 말린 목재를 사용했다거나, 잘 혼합된 콘크리트를 썼다고 해서 칭찬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라고도 했다. 더불어 역사학은 궁극적으로 과거를 밝힘(100% 밝힐 수 없지만)으로써 현재를 이해하고 그 현재를 출발점으로 해서 미래를 조명하는 사람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고 했다.
시인이자 정치인인 홍성남은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치열한 삶에 주목했다. 그리고 ‘삼국지 영웅들의 인연(2014. 홍성남. 도서출판 책과 나무)’을 통해 독자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현재에 충실함으로써 밝은 미래로 나아가길 희망했던 것이다.
‘관계’는 둘 이상일 때 성립한다. 혼자일 때는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관계를 ‘상생’과 ‘상극’으로 구분했다.
시인이자 정치인인 저자 홍성남은 은혜에서도 해가 생기고, 해에서도 은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상극의 인연이라고 해 모두 버릴 것이 아니라 그 인연에서도 은혜를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 인생은 좋은 인연을 만나고 좋은 환경을 맞이하면 좋아진다고 했다. 상극의 악연도 있지만 상생의 인연이 더 많은 게 우리 삶이라고 했다.
같은 침대에서 잘 정도인 조운과 유비의 관계에서 간뇌도지(肝腦塗地), 유비와 관우 사이에서 신은구의(新恩久義), 여몽의 학문적 멘토 노숙 사이에서 괄목상대(刮目相對) 등을 읽을 때 상생에서 출발해 상생으로 끝나는 아름다운 관계에 감동했다.
반면에 상극이었던 유표와 조조의 관계에서 만전지책(萬全之策)을 강구하느라 적시에 단호한 결정을 못 내릴 때는 결단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유비의 제갈량 조조의 순욱 같은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의 책사를 둔 두 장수가 부러웠으며, 맹달과 유비 사이에서 교절무악성 거신무원사(交絶無惡聲 去臣無怨辭)를 읽을 때는 그런 마음을 닮고 싶었다.
영원한 적수이지만 서로가 상대의 존재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던 사마의와 제갈량 관계에서 한반도에서의 남북 관계를 생각했고, 맹획과 제갈량 간 칠종칠금(七縱七擒)을 보면서 정치인에게는 민심을 받드는 것이 최선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엄안과 장비 간에 있었던 단두장군(斷頭將軍)에서 두 신하들의 무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튼 상극 관계에서 상생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은 바람직했다.
그러나 우도할계(牛刀割鷄)의 동탁과 여포에서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여포, 적벽대전에서부터의 손권과 제갈량, 순욱과 조조 간 견벽청야(堅壁淸野) 속에서 오랫동안 상생했으나 상극으로 치달아 결국 토사구팽당하는 순욱 등은 상생에서 출발해 상극으로 끝나는 비참함을 필자에게 보여줬다.
이유가 동탁을 만나 출세가도를 달렸으나 한때 모셨던 유변을 죽임으로써 삶의 궤적이 달라졌다. 이것은 상생인 것 같았지만 상극인 것이었다. 조조와 유비의 望梅解渴은 이룰 수 없는 물과 기름이었다. 조비와 조식의 관계에서 정적을 대하는 자세뿐만 아니라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위와 장인 사이였던 헌제와 조조의 관계 속에서 정치는 명분과 세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추 방통과 복룡 제갈량의 관계 같이 상극도 상생도 아닌 사이가 있었고, 제갈량이 마속에게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상극은 한순간에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노숙과 관우 간 단도지회(單刀赴會)의 진영논리가 상생을 상극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유비와의 사이에서 식자우환(識字憂患)을 한탄하는 서서의 어머니를 접하고 무식이 상팔자일까라는 괜한 생각도 가져봤다.
아무튼 저자 홍성남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인연을 원인인 인과 조건인 연이 만난 결과물이라고 했다. 여기서 인은 경험하는 주체인 나이고 연은 경험의 대상인 상대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인연은 원인인 나와 조건인 상대가 만나는 것인데,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나이고 조건인 상대는 나에 대해 반응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렵고 힘들어진 일차적인 책임은 나이지 상대가 아니라고 했다. 나를 원망하는 것은 조건인 상대를 원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조건인 상대가 바뀌길 바라기 전에 원인인 나를 먼저 바꾸면 결과는 당연히 바뀐다고도 했다.
홍성남은 기자 출신으로 시인이며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만남을 통해 결정된다고 봐도 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신념에 가깝다.
그의 가치관이 이럴진대 필자는 그가 모든 사람을 국민이 아니라 시민으로 대할 것임을 확신한다. 지금까지 지역 공동체 간, 또는 개인 간 인연이 상극 관계였을지라도 정치인 홍성남이라면 상생 관계로 바꿀 수 있을 것임을 분명히 믿는다. 그동안 불행했더라도 이 책의 저자와 좋게 만날 수 있다면 서로가 행복할 수 있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을 우리 사회 중추를 이루고 있는 중장년층과 청년층에게 강력히 권한다. 그리고 중고등 학생들의 책꽂이가 아니라 책상위에 늘 놓여 있기를 바란다. 또한 필자와 같은 60을 향해 가는 장년층이 읽으면 지난날 추억들이 되살아날 것이다.
필자는 대학동기와의 관계가 상생에서 출발해 상극으로 끝나버렸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고생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야간에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을 자주 종주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울분을 폭발시키며 우울증에서 기인하는 자살로부터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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