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화
재한조선족사회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황해”를 보았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어서 못 보던 차에 카페에 고마우신 분이 올려주셔서 보게 되었다. 쓸쓸한 연길 역에 여자 한명이 내려지고, 뚜벅뚜벅 푸르른 어둠을 헤가르며 발걸음을 옮기는 여자의 뒤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한참동안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우선, 영화전반을 일관성 있게 관통하는 줄거리, 탄탄하다고 할 수 없어도 결코 헐렁하지 않은 짜임새, 빠른 전개, 한국영화중 가장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 연변말투, 거기에 하 정우와 김 윤석의 박수를 받을만한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특히나 구남이 경찰에게 총을 맞고 산으로 도망가 피범벅이 된 팔을 부여잡고 꺼억꺼억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뭉클하게 했다. 그 순간, 구남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딸애거나 혹은 노모, 혹은 가난했지만 행복했을 마누라가 한국행을 하기전의 생활을 눈앞에 그려 본건 아닐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 영화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라면, 아마 감독은 그냥 귀로 혹은 다른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인 정보로 조선족사회를 들여다 본건 아닐까 싶었다. 적어도 영화에 나오는 택시기사 구남이나 개장수면가의 옷차림, 구남의 딸애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구남모의 옷차림이나 말투는 요즘 우리 연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마치 연변에 품팔이를 온 내지 사람들의 생활을 조명한건 아닐가 싶게 텊수룩한 머리에 패션감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옷차림은 낯설었다. 그리고 연길의 어느 호텔로 나오는 곳에 서면가가 마치 닭죽이 듯 사람을 죽이고 패고 처치하는 장면은 다소 불쾌했다. 적어도 호텔에서 그렇게 무법천지로 사람을 죽이는 곳은 연길이 아니다. “대가리는 떼서 버리고 나머지는 개 줘라.” 너무 현실성이 결여되고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대사였다. 연길이 무슨 무법천지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머리를 따로 버리고 몸뚱이를 개에게 주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 이외에도 영화전반을 아우르는 액션장면들, 더욱이 면가가 짐승 뼈로 사람을 치고 도끼를 거머쥐고 사람을 무슨 쥐 잡듯 하는 장면, “여기 있는 사람 중 부부가 몇이나 되는 것 같소?”하는 대사, 꼭 재한조선족사회는 폭력과 난잡한 사생활이 난무하는 그런 군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쾌하게 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라고 하지만 재한조선족을 비롯한 전반 조선족사회의 형상과 항상 뭔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내국인과 우리 재중동포들과의 관계를 념두에 두고 볼 때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은 사색을 해봐야 할 것이다.
영화를 영화자체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은 필경 적다. 영화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이나 영화를 통하여 보여주려는 감독의 숨은 의도 앞서 미개한 인간들의 행위, 지저분한 생활공간, 허줄하고 때 국이 흐를 것 같은 옷차림과 외모, 문명하지 못한 말투 등부터 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필경 있을 것이다. 아니 더 많을 것이다.
바라건대, 좀 더 아름다운 영화가 음지에서라도 한줄기 파란 싹을 볼 수 있는 영화, 절망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조만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장률감독의 “망종”이 한 예이다.
그리고 영화이야기와는 상관없는 글 몇 줄 적어보고 싶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부터라도 세계 속에서 좀 더 세련되고 문명한 우리 중국조선족, 재중동포의 형상을 수립하기 위해 힘써주셨으면 좋겠다. 작은 것에서부터 나부터 변화된다면 나로 인해 내 주위사람, 한 사람이 열 사람에게, 열 사람이 백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을까? 한 번에 무언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그런 작은 노력들이야말로 먼 훗날, “우리도 참 그런 소리 들었던 때가 있었어.” 하고 기분 좋게 말해볼 수 있는 씨앗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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