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외국인 관광객 폭행 사건이 또다시 한국의 국격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일 밤, 서울 홍대 앞 거리에서 중국인 커플이 한국인 남성에게 네 차례나 폭행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장면은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중국 SNS에 확산됐고, “한국은 안전한가”라는 물음이 순식간에 퍼졌다.
문제는 단순한 폭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남성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들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고, 이를 제지당한 후에도 다시 뒤쫓아 폭력을 가했다. 명백히 특정 국적을 노린, 계획된 혐오 범죄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이 남성이 이미 세 차례나 유사한 사건으로 신고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중국인 커플이었고, 사건은 서울 시내 번화가에서 반복됐다. 그런데도 경찰은 가해자를 방치해왔다.
이쯤 되면, 경찰이 왜 이 사람을 그냥 놔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 주취 폭행으로 처리한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조직적 무관심인지, 해명이 필요하다. 경찰이 알면서도 막지 못한 범죄라면 직무 유기에 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일을 당하고도 침묵한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함께 경찰서를 찾은 중국인 시민은 “대부분의 중국인 관광객이 그냥 참고 넘긴다”고 했다. 언어 장벽, 경찰에 대한 불신, ‘문제 일으키기 싫다’는 심리 등이 맞물려 피해자들은 침묵하고, 가해자들은 더 대담해진다.
한국은 연간 수백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관광대국을 자처한다. 방탄소년단과 K-드라마, K-푸드를 세계에 알리며 ‘문화 강국’을 외치지만, 정작 거리를 걷는 외국인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관광객이 한국에서 네 번 폭행을 당하고도 가해자는 풀려나 있고, 피해자는 조용히 출국해야 하는 현실을 어느 나라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최근 한국 사회 곳곳에 반중 감정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감정은 감정일 뿐, 법과 치안의 영역까지 넘보게 해서는 안 된다. 불만은 자유지만, 혐오와 폭력은 단호히 막아야 한다. 더구나 이것이 외국인을 향한 반복 범행이라면, 국가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외국인 대상 범죄에 무기력한 대응을 반복하다가는, 결국 한국은 ‘안전하지 않은 나라’, ‘혐오가 방치되는 나라’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는 외교, 경제, 관광 모두에 막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대상 혐오 범죄 대응 체계를 근본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피해자 침묵에 기댄 치안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호한 법 집행과 ‘무관용 원칙’이다. 외국인을 향한 혐오 범죄에 침묵하거나 관성적으로 대응하는 사회, 결코 선진국이라 말할 수 없다.
BEST 뉴스
-
역사 속 ‘신에 가까운’ 일곱 사람…제갈량도 5위 밖, 1위는 누구였을까
각 시대마다 역사 흐름을 바꾸는 탁월한 인물들이 등장해왔다. 이들은 그 지혜와 능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불리며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삼국연의>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은 이러한 인물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그조차도 ‘신인’ 순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
‘홍대 중국인 커플 폭행’, 언제까지 외국인 혐오에 눈 감을 것인가
[동포투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외국인 관광객 폭행 사건이 또다시 한국의 국격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일 밤, 서울 홍대 앞 거리에서 중국인 커플이 한국인 남성에게 네 차례나 폭행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장면은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중국 SNS에 확산됐고, “한국은 안전한가”라는 물음이 순식간에... -
중국인 아이돌의 한마디에 ‘집단 분노’… 한국 사회의 불안한 자화상
글 | 허 훈 중국 국적의 아이돌 저우신위(周心语)가 팬 커뮤니티에서 남긴 말 한마디가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마카오, 홍콩, 타이완은 모두 중국의 일부”라는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통상적인 중국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지만, 한국의 온라인 공간은 삽시간에 ‘폭발’했다. “정치적 망언”이라는 비난에서부... -
중국 축구, 끝없는 추락에 해체론 재점화
[동포투데이] 2025년 동아시아컵 첫 경기에서 중국 축구 대표팀이 한국 대표팀에게 0대3으로 완패했다. 상대는 유럽파가 빠진 '2군'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경기 내내 밀리며 유효슈팅 하나 없이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경기 내용은 물론이고 정신력, 조직력, 기본기 어느 하나 건질 데 없는 '완패'였다. ... -
“제주도가 중국인의 섬?”…무질서한 중국 관광객에 쏟아지는 비판
[동포투데이] 제주도의 바람이 전해주는 건 더 이상 소라향만이 아니다. 라면 국물 냄새가 편의점 냉장고 위에 퍼지고, 중국어가 적힌 안내문 옆에서 한국인 점원이 무거운 빗자루를 쥔 채 한숨을 쉰다. 관광객의 무질서한 행동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가 중국인의 섬... -
“감독만 바꾸면 나아질까”…中 축구, ‘20년 책임 전가’의 민낯
0-3. 한국과의 동아시아컵 첫 경기에서 중국 축구대표팀이 또다시 무너졌다. 전반 20분 만에 두 골을 내주고, 후반에는 세트피스 수비에서 허망하게 한 골을 더 내줬다. 기술·전술·정신력, 어느 것 하나 버틸 수 없었던 참패였다. 그러나 경기보다 더 치열했던 전장은 온라인이었다. 경기 종료도 전에,...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지게차에 묶인 이주노동자…‘사람대접’ 외면한 한국사회의 슬픈 자화상
-
중국인 아이돌의 한마디에 ‘집단 분노’… 한국 사회의 불안한 자화상
-
중국 축구, 끝없는 추락에 해체론 재점화
-
“감독만 바꾸면 나아질까”…中 축구, ‘20년 책임 전가’의 민낯
-
‘홍대 중국인 커플 폭행’, 언제까지 외국인 혐오에 눈 감을 것인가
-
“억제”의 환상, 전쟁의 불씨가 된 서태평양…수천만 생명 위협하는 핵 시나리오
-
디아스포라와 AI 시대, 한글교육의 도전과 과제
-
'축구 굴기'의 허상, 국가 통제 축구의 비극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중국이 최대 피해자”?…美·伊 전쟁 프레임 뒤에 숨은 불안한 백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