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02(일)
 
2013년은 언론사에게는 '악몽같은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부터 미국 대표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타임 등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시청률 하락에 허덕이는 CNN방송도 "처자식만 빼고는 다 바꿔"를 외치고 있습니다. 온라인 미디어의 등장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언론사들의 잘못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편집국장과 부국장, 중견기자들까지 자르고 있는 뉴욕타임스를 보면 아직도 기자만 1천명이 넘습니다. 한때 2천만부 이상을 발행하며 세계 최대 신문으로 군림했던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기자 숫자가 1천명이 넘는다고 해서 부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 전역을 커버하는 전국지여서 취재팀이 많이 필요했겠지만 사실 제대로 된 출입처가 없는 잉여 기자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유군((遊軍)이라고 불렀는데 한마디로 노는 기자들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심층 탐사보도를 위해 나온 개념이지만 요즘 같은 때는 상상도 힘든 '호사'입니다. 주간지인 타임도 직원 숫자가 8천명이라고 합니다. 좋은 컨텐츠를 만든다는 취지도 있겠지만 방만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그래서 결국 타임도 일단 500명을 감원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의 도래가 계속 예고됐지만 "설마 종이신문이 없어지겠느냐"는 안일한 생각과 엘리트 주의에 사로잡혀있다 대처를 늦게한 대가도 치르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유료 온라인 서비스와 모바일 앱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신문사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면에서 앨라배마주 3개 신문사가 힘을 합쳐 만든 온라인 서비스인 AL.COM은 주목할만한 모델입니다. 버밍햄과 헌츠빌, 모빌 등의 대표 신문사들이 공동으로 개설한 이 사이트는 이미 앨라배마를 대표하는 온라인 뉴스서비스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유료서비스는 아니지만 이용자수가 많아 광고수주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위기상황에서는 적과도 손을 잡을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대로 된 투자도 없이 온라인 서비스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보는 언론사도 많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온라인 정보서비스 업체 블룸버그 거번먼트를 설립했지만 이미 직원 150명 가운데 20% 가량을 정리하고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컨텐츠를 여러 미디어에 동시에 내보내는 '멀티 플랫폼'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신문에 나온 기사를 제대로 가공도 하지 않고 온라인과 방송 등으로 내보내면 컨텐츠 질과 브랜드 이미지만 망가집니다. 언론사들로서는 정말 어려운 시기입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상생'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투데이 이상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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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도 상생의 지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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