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혁 (재중동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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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이라는 숫자가 악마의 기호처럼 우리들의 마음 속에 섬찟하게 각인 된 건 지난 1980년대의 일이다.
헤이룽장성 조선족출판사에서 “악마의 낙원”이라는 책자를 출간,일본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신작은 조선족 독자들중에서 그야말로 토네이도 급 반응을 일으켰다.
당시 조선족 독자층에서는 추리물이 상당히 유행되었는데 모든 조선족 간행물에서는 다투어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추리소설을 싣곤했다. 그의 대표작 “인간의 증명”을 각색한 영화도 전국각지 영화관에서 상영되었고 영화의 삽곡 “초모자의 노래”가 네 거리의 스피카를 타고 울려퍼졌다. 어찌보면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이 잡지발행의 보증수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동안 독자들 중에서는 “모리무라 붐”이 일었었다.
또 한 편의 정채로운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악마의 낙원”을 펼쳤지만 이번의 작품은 추리물이 아니라 다큐물이었다. 처음에는 좀 실망한듯 했지만 독자들은 인차 책에 빠져들었다. 커다란 공포와 경악 속에 그 책을 접했다.
작품은 하바로프스크 전범 재판에서 드러난 일본군731 부대가 자행한 생체실험이라는 경악한 실상을 다루고있었다.
작품은 일본에서1982년에 연재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가 중문으로 번역, 1985년경에 조선족독자들에게도 알려 졌으니 당시 낙후한 우리 말 출판풍토에서 보면 그야말로 신속히 나온 책이었다. 일본판본의 원제는 “악마의 포식”, 중문으로 번역하면서 “악마의 낙원”으로 개칭되여 나왔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본 731 부대나 일본군의 생체실험에 대해서는 일제에 의해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아세아 여러나라에서 일반에 까지 알려지지 않은 극비(極秘)의 실상이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731 부대가 저지른 반인륜적인 만행이 세상에 공개되었고 세상은 경악으로 입을 ‘하누라지’가 다 보이게 딱 벌리고 말았다.
2
악명 높은 ‘731부대’의 만행을 폭로하기 위한 인터넷 박물관(www.731yz.com)이 중국에서 개설되었다.
중국 헤이룽장성 정부가 하얼빈시에 있는 ‘일본군 731부대 죄증(罪證) 진열관’에 의뢰해 개설 한 사이트는 하얼빈에 남아 있는 731부대 사령부 등 유적 현황과 이 부대가 자행한 만행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1천700여 점의 문서자료와 1000여장의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15년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일제가 포로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 유적을 최고 등급인 ‘AAAAA급’까지 5단계로 격상시킨 뒤에 이어 731부대의 생체실험 만행을 입증하는 증거물을 새해 녀초부터 추가로 육속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의 정식 명칭은 “관동군 방역급수부”로, 1936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 헤이룽장성 할빈 지역에 주둔하며 생체 해부실험과 냉동실험등을 자행했다. 중국 학계는 현재까지 발견된 일본 측 과거 기록물 등을 토대로 731부대의 생체 실험 희생자가 최소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시 20개 이상 성(省), 시(市)에서 161차례에 걸쳐 세균무기 공격을 감행해 237만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체실험 희생자들 중에는 조선인도 적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린성 기록보관소는 일제 관동군이 패주하면서 미처 소각하지 못하고 땅 속에 묻은 이들 문서를 분석한 결과 최소한 372명의 중국인, 조선인, 러시아인 등이 731부대로 “특별이송” 돼 생체실험 등 세균 무기 개발의 도구로 씌였다고 발표했다.
관동군헌병대가 1938년 1월 제정한 “특별이송에 관한 통첩”은 이송 대상자인 범죄자를 크게 간첩(파괴분자)과 사상범(민족해방운동가 및 공산주의운동가) 두 종류로 구분하고 있어 일제가 독립투사 등을 생체 실험도구로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이 중 조선인 4명을 포함한 318명에 관해서는 이름과 별명 공작명 원적 출생지 나이 직업 주소 활동범위 수집정보 학력 체포장소 및 시간, 731부대 이송시기 등이 상세히 밝혀졌다.
조선인 6명중 신원이 나타난 4명은-
이기수(李基洙)ㆍ28ㆍ함북 신흥군 동흥면ㆍ1941년 7월20일 체포)
한성진(韓成鎭. 30ㆍ함북 경성군ㆍ1943년 6월25일 체포)
김성서(金聖瑞. 함북 길주군ㆍ1943년 7월31일 체포)
고창율(高昌律ㆍ42 강원 회양군 난곡면ㆍ1941년 7월25일 체포) 등이다.
이들은 모두 지금의 연변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에서 체포된 것으로 기록됐다.
이 문건은 731문제 중국전문가들과 김성민(조선족) 731연구소장이 20여년에 걸쳐 중앙과 헤이룽장성, 지린성 등의 문서 보관소에서 찾아 냈다.
이 문서는 일본 관동군 헌병사령부 사령관이 서명해 발송한 것으로 표지에는 “특별이송”과 “절밀(絶密)”이라고 적혀 있다.
3
지난해 731 이라는 숫자가 적힌 자위대 훈련기에 올라타 중국, 한국등 동북 아시안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아베의 나락을 향한 국우행보는 계속 되고 있다.
신세대 정치 주역이라는 아베는 앞장서서 자신들의 침략 력사를 부인하고 각가지 기행과 망언으로 아시아의 상처를 들쑤신다.
731이라는 숫자가 적혀진 훈련기를 타고 웃고있는 아베는 그 수자에 얼마나 많은 아시아인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있는지 모를가? 중국 외교부에서 일침을 가하고 있다싶이 “진상을 감추려고 하다가 도리여 드러 난다, 닦으면 닦을수록 검어질 뿐이다'(欲盖彌彰 越抹越黑)”
아베는 정계에 금방 나온 황구지작(黃口之雀. 입술이 노란 새끼 참새, 풋내기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그는 731부대가 중국 및 아시아 여러개 국에 대해 저지른 악행에 대해 분명 알고 있다. 하지만 진상을 덮어 감추려 하면서 인류양심과 국제적 도리와 위배된 잘못된 역사관을 완고하게 견지하고 있다.
아베의 행각은 그야말로 인류의 이성과 양심에 대한 새로운 “생체실험”이다.
생체실험 희생자들의 원혼(寃魂)이 아직도 거치른 만주의 옛 벌판에서 떠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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