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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질 뻔한 ‘정심화’…35년을 건너 이어진 기부의 인연

  • 허훈 기자
  • 입력 2026.09.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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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재산 기부한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
  • 한때 사라질 뻔했던 ‘정심화’ 이름…514명 장학생 거쳐 또 다른 기부로

[인터내셔널포커스] 1990년 대전에서 김밥을 팔고 여관을 운영했던 이복순 여사는 평생 모은 재산을 충남대학교에 내놓았다. 현금 1억 원과 부동산을 합쳐 당시 평가액으로 약 50억 원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싶다는 뜻이었다.


‘정심화(正心華)’는 이 여사의 법명이다.


충남대는 기부금을 토대로 1991년 정심화장학회를 설립했다. 이 여사는 기부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2년 8월 7일 세상을 떠났다.


기부 재산은 장학사업과 대학 국제교류 공간 건립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기부받은 부동산이 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로 제때 매각되지 못하면서 회관 건립에 차질이 생겼다. 이후 정부 지원과 대학 재원이 투입돼 건물은 2000년 7월 완공됐고, 2002년부터 ‘정심화국제문화회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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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복순 여사(법명 정심화)의 생전 모습과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 세워진 흉상. 이 여사는 1990년 평생 모은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했다. 사진=충남대학교 제공


논란은 2006년 불거졌다.


충남대가 회관 명칭에서 ‘정심화’를 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대학 측은 국제교류원과 언어교육원 등이 주변에 들어선 만큼 국제 교육·문화단지를 아우르는 명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강당의 ‘정심화홀’은 그대로 두겠다는 계획이었다.


학생들은 반발했다. 회관 건립에 기부금이 실제 얼마나 들어갔느냐보다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내놓은 사람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들은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동문과 지역사회에서도 반대 여론이 이어졌다.


결국 충남대는 2006년 2월 14일 명칭 변경 실행을 유보하고 학내외 의견을 다시 수렴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19년 뒤, 이복순 여사의 기부는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2025년 3월 충남 청양 출신 윤근 여사가 부산에서 숙박업 등을 하며 일군 40억 원 상당의 건물을 충남대에 기부했다. 개인 기부로는 이복순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윤 여사는 기부를 결심한 배경으로 35년 전 ‘김밥 할머니’를 직접 언급했다. 이복순 여사가 전 재산을 대학에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자신도 언젠가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했다.


이복순 여사의 기부도 장학사업으로 계속되고 있다. 충남대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6년 1학기까지 정심화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514명, 지급액은 모두 7억8천100만 원이다.


충남대는 올해 8월 7일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이 여사의 34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유가족과 대학 관계자, 정심화 장학생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때 회관에서 빠질 뻔했던 ‘정심화’라는 이름은 지금도 건물에 걸려 있다.


그리고 1990년 한 사람이 시작한 기부는 35년 뒤 다른 사람의 기부로 이어졌다. 김밥을 팔아 마련한 돈보다 오래 남은 것은, 그 돈을 어디에 쓰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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