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이 동아시아의 수출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수출액은 한국 4,963억 달러, 대만 4,166억 달러, 일본 3,844억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과 대만이 각각 일본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약화됐다기보다 AI 시대를 맞아 수출을 견인하는 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한국·대만의 무역통계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유엔 무역통계 등을 달러 기준으로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 반면 한국과 대만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격차를 만들어낸 핵심은 반도체다. 생성형 AI 확산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으로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과 대만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상반기 한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은 1,49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대만도 TSMC를 중심으로 첨단 파운드리 생산이 확대되면서 IC 수출액이 1,332억 달러에 달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약 30%다.
반면 일본의 IC 수출액은 21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5%에 그쳤다. 그러나 이를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상실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소재와 제조·검사 장비 등 공급망 상류에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액은 150억 달러로 한국의 52억 달러, 대만의 35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AI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장비·소재보다 시장 규모가 큰 첨단 반도체 생산국과 지역으로 수출 증가 효과가 더욱 집중되고 있다.
엔화 약세도 달러 기준 일본 수출액을 낮춘 요인이다. 그러나 이번 역전을 환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1970~1990년대 세계 수출 3위권을 유지했지만 중국의 부상 이후 순위가 하락했고, JETRO 통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세계 6위까지 내려갔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수출 순위 역전을 넘어 동아시아 제조업의 중심이 자동차와 전통 전자산업에서 AI 반도체와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일본은 소재·장비, 한국은 메모리와 HBM, 대만은 첨단 파운드리에서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 AI 시대에는 새롭게 발생하는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기술력과 생산능력, 고부가가치 수출로 연결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국과 대만의 첫 일본 추월은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가 실제 무역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이 이제 산업 경쟁의 영역을 넘어 동아시아의 수출 질서까지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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