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한때 "중국 자동차 산업은 일본을 따라올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던 일본 완성차 업계가 이제는 중국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혼다와 도요타 등 일본 대표 업체들도 독자 개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경제 전문매체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혼다는 중국에서 판매할 전기차에 현지 협력사의 플랫폼과 핵심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지난 4월 광저우를 방문해 광저우자동차그룹(GAC) 등 현지 기업을 둘러본 뒤, 5월 중국 파트너의 플랫폼을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업계는 개발 기간 단축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중국 시장에서는 첨단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기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본 브랜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부품업계에서는 성능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중국 전기차보다 혼다 차량 가격이 10만 위안(약 1,900만 원) 이상 비싼 경우도 있다고 평가한다.
도요타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 중국 시장에 선보인 전기 세단 bZ7에는 중국 기업의 기술이 적용됐으며, 상하이에 전액 출자 회사를 설립해 2027년부터 렉서스 전기차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 연구개발과 생산을 강화해 중국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다. 배터리 공급망과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개발,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개발 속도와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로봇과 AI가 대부분의 공정을 수행하는 '블랙라이트(무인) 공장'을 운영하며 신차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빌리티 글로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의 25%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베 사장은 "향후 3년 안에 승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기업은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변화가 단순한 현지화 전략을 넘어, 전기차 시대에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AI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 기술을 받아들이는 일본 업체들의 선택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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