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제조업 부활과 공급망 재편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정책 구호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이 대표 보드게임을 자국에서 생산하려 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품인 주사위조차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면서 중국 제조업의 공급망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NPR)는 최근 보드게임 '모노폴리(Monopoly)' 특별판 제작 사례를 소개하며 "왜 여전히 많은 제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가"를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드게임 유통업체 WS게임즈는 대중국 관세 부담이 커지자 미국 내 생산을 추진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에서 주사위를 생산할 업체를 찾지 못해 결국 수입에 의존했고, 게임 말과 카드, 포장재 등도 전국 각지의 공급업체를 일일이 연결해야 했다.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고, 제품은 성수기를 일부 놓쳤다. 생산비 역시 중국에서 제조할 때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조너선 실바 WS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공정을 한 공장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수많은 업체를 따로 관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미국이 추진하는 리쇼어링(생산기지 국내 복귀)이 단순히 공장을 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장난감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과 보드게임의 약 80%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낮은 인건비가 아니라 완성된 산업 생태계에 있다고 평가한다. 원재료 공급부터 금형 제작, 부품 생산, 조립, 포장, 물류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필요한 부품을 신속하게 조달하고 생산 일정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제조업 해외 이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부품업체와 전문 인력이 함께 줄어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장난감협회도 생산기지를 미국이나 다른 국가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WS게임즈 역시 일부 제품만 미국에서 생산할 뿐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현재도 약 600만 달러 규모의 중국산 보드게임을 들여와 연말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과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산업 생태계를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쉽게 대체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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