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연변을 찾는 여행객 대부분은 백두산의 웅장한 절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백두산만 둘러보고 돌아왔다면 연변의 역사는 절반밖에 만나지 못한 셈이다. 길림성 돈화의 오동성(敖東城)은 1300여 년 전 발해가 국가의 기틀을 세운 첫 도성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오늘날에는 흙으로 쌓은 성벽만 남아 있지만, 이곳은 한때 정치와 군사, 외교와 교역이 이뤄졌던 왕도이자 동북아 국제 교류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698년 대조영은 동모산 일대를 거점으로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진국(震國)이라 정했다. 당시 동북아는 당과 거란, 돌궐 등 여러 세력이 각축을 벌이던 격변기였다. 대조영이 첫 수도로 돈화를 선택한 것은 전략적 판단이었다. 목단강 수계를 활용할 수 있는 교통망과 비옥한 평야, 풍부한 수자원, 산악지형이 제공하는 천혜의 방어 여건은 새 국가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기에 적합했다. 역사학계에서도 이러한 입지적 조건이 발해 초기 국가 형성과 세력 확장의 중요한 기반이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713년 당 현종은 대조영을 발해군왕으로 책봉했고, 이후 국호는 발해로 정착했다. 발해는 당과 외교 관계를 이어가며 율령과 행정제도, 도시계획 등 다양한 제도를 수용하고 이를 자국의 현실에 맞게 발전시켰다. 또한 신라와 일본 등 주변 국가와도 사신을 교환하고 교역을 이어가며 동북아 국제 교류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구당서』와 『신당서』에는 발해의 국력과 번영을 높이 평가하는 기록이 전하며, 후대에는 발해를 '해동성국(海東盛國)'으로 부르는 표현이 널리 사용됐다. 이는 발해가 당시 동북아에서 상당한 국력과 문화 수준을 갖춘 국가로 인식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발해의 첫 수도였던 오동성은 내성과 외성으로 구성된 계획도시였다. 정치와 군사 시설이 체계적으로 배치됐고, 목단강을 통한 수운과 육상 교통이 연결되면서 국가 운영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국력이 커지고 영토가 확대되면서 수도는 상경용천부로 옮겨졌지만, 이는 국가 규모에 맞는 통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된다. 오동성은 약 반세기 동안 발해의 정치·경제·문화 발전을 이끈 첫 수도이자 국가 정체성이 형성된 공간으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오늘 오동성 유적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낮고 길게 이어진 흙 성벽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 사이로 성곽의 윤곽이 이어지고, 넓게 펼쳐진 성터는 천년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시간을 보여준다. 발굴조사를 통해 성곽 구조와 건물터, 생활 유물 등이 확인되면서 오동성은 발해 초기 도성의 구조와 국가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학계에서도 발해 건국 초기 역사를 이해하는 핵심 유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최근 돈화는 백두산 관광과 연계한 역사문화 여행지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두산의 자연경관과 오동성, 발해 유적을 함께 둘러보는 탐방 코스가 확대되면서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체험하는 연변 여행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두산이라는 세계적인 자연유산과 발해 문화유산이 함께 존재하는 점이 연변 관광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오동성에 서면 화려한 궁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천년의 바람을 견뎌온 흙 성벽이 묵묵히 시간을 증언한다. 바로 이곳에서 발해는 국가의 기틀을 다졌고, 동북아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백두산이 연변의 자연을 대표한다면, 오동성은 연변의 역사와 문명을 품은 공간이다. 연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절경만이 아니라 천년 왕도의 흔적도 함께 걸어봐야 한다. 그 순간 연변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동북아 고대 문명이 살아 숨 쉬는 역사 현장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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