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던 인공지능(AI) 규제 행정명령이 서명 직전 돌연 연기된 배경에 실리콘밸리와 공화당 내부의 강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도한 규제가 미국을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패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AI 개발 기업에 대한 사전 검증 체계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백악관은 막판에 서명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당초 백악관은 AI 모델 공개 전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자율 심사 체계를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해당 방안은 AI 기업들이 신형 모델을 출시하기 전 최대 90일 앞서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제출하면, 연방기관이 잠재적 보안 위협과 취약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백악관은 이를 “자율적 협력 체계”라고 설명했지만, 기술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전 승인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럼프 행정부 초대 AI·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를 지낸 데이비드 색스가 있었다. 그는 행정명령 서명 당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나친 규제가 미국 AI 산업의 혁신 속도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중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등 주요 기술업계 인사들과도 잇달아 의견을 교환했고, 결국 행정명령 추진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해당 조치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당국자들은 첨단 AI 모델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검증 장치가 없을 경우 중국이나 외국 해커 세력이 이를 악용해 미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색스를 비롯한 규제 반대파는 AI 산업 특성상 신속한 모델 개선과 반복 출시가 핵심인데, 사전 검토 체계가 도입될 경우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AI 모델의 소규모 업데이트까지 사실상 정부 보고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업계 역시 백악관 방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제출 기한을 기존 90일에서 14일 수준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AI 심사를 일반 행정기관이 아닌 미국 정보기관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백악관이 업계에 공유한 초안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어떤 AI 시스템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지 최종 판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미국은 현재 중국보다 앞서 있다”며 “그 우위를 방해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AI 패권 유지가 규제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다만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AI 전략 혼선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화당 내에서는 머스크와 색스 등 친기업·친기술 노선을 지지하는 세력과, AI 확산이 일자리 감소와 전력난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보수 지지층 사이의 시각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공개한 차세대 모델 ‘미소스(Mythos)’가 대규모 사이버 보안 위협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백악관 내부에서도 AI 안전 규제 필요성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백악관이 향후 내용을 수정하거나 업계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AI 규제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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