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과 더부러 새롭게 인식되는 역사, 그제날 아버지한테서 들은 얘기들

아버지네들을 맞아준 조국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하다싶이 아버지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일원으로 강서성 남창까지 나간 뒤 다시 중국 중앙군위의 비밀지령에 의해 정주에 모였다가 화물차에 앉아 조선으로 나가게 되었다.
신의주에 도착한 그날 밤에도 아버지네들은 그곳이 조선 즉 조국인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튿날 새벽 날이 밝으면서 여기저기에서 숱한 사람들이 나타나 아버지네들의 부대가 휴식하고 있는 곳에 와서 구경하였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조선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 때 누군가 흥분에 젖어 소리쳤다고 한다.
“야, 조선이다. 우리 조국에 왔단 말이다!”
그러자 모두들 환성을 지르며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흥분에 들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로 술렁이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조선사람 조선으로 길이 보존하세…
환호성속에서 전사 여럿은 또 태극가를 부르기도 했단다.
……
미구하여 중국에서 나간 군인들 앞에는 인민군 정복을 한 군관 한명이 나타났다.
누더기같은 군복을 입은 중국해방 군출신과는 어울리지 않게 멋진 차림의 군관이었다.
“여기 지휘관이 누구요?”
새파랗게 젊은 녀석인데 반말이다.
“나요. 나 이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사단장인데 지병학이라고 하오.”
“사단장? …”
인민군 군관은 지병학 사단장을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흥!”하고 냉소를 했다. 사단장이라는 사람이 옷을 입은 꼴이 이게 뭐냐는 뜻이었다.
“무슨 부대가 이렇게 무질서한거요?!”
“이제 금방 중국에서 막 나오다보니…”
지병학 사단장은 새파란 젊은 녀석 앞에서도 예의를 갖추었다.
“하긴 중국에서 유격전이나 하던 사람들이라 다를리 있겠소만…”
이 때 어디선가 트럭 2대가 달려오더니 부대앞에 와서 칙-하고 멈춰섰다.
“당신들은 오늘부터 조선인민군 부대가 되었단 말이요. 중국에서 유격전이나 하던 부대가 아닌 소련군 고문들한테서 훈련을 받게 될 정규부대가 됐다 이 말이요.”
트럭에 싣고 온 것은 전부 인민군 복장이었다. 이어 군복이 발급되었다. 사병들은 여태껏 입고 있는 중국해방군 복장을 벗고는 인민군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사단장이고 일반 사병이고 분별이 없이 똑 같은 것으로 갈아입었다.
뒤이어 찦차 한대가 달려오더니 역시 부대가 있는 곳에서 멈춰서더니 차에서 군계급이 아주 높아보이는 군관 2명이 내렸다.
“아니, 강신태 동지…김책 동지!”
지병학 사단장은 반달음으로 그들앞으로 다가가더니 거수경례를 붙였다.
“지병학 동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반갑소. 조국은 동지들의 나라 건설과 보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열렬히 환영하오.”
그러고는 아까 그 젊은 군관한테 지병학 사단장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 동지가 바로 소련으로부터 함께 중국 동북에 진출했던 지병학 장군이오. 인사하고 예의를 갖추도록…”
그 젊은 군관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이었다.
강신태 장군은 자기 역시 1948년 말경에 조선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과 조선에 온 뒤 이름을 강건으로 바꾸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복장을 바꿔입은 사병들은 여전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하며 태극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강건 장군은 그것을 제지시켰다.
“동무들이 중국에서 나왔기에 잘 모르는가 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었소. 아까 그 태극가는 케케 묵은 것으로서 남조선에서는 여전히 불려지고 있다만…”
그러면서 아까 그 젊은 군관더러 새로 나온 애국가를 불러보라는 것이었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반만년 오랜 역사에// 찬란한 문화로 이어진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빛내이세…
장엄하고도 힘있는 애국가였다.
그날 조선으로 진출한 후 아버지네가 처음 배운 노래가 그 애국가와 “김일성 장군의 노래”였다.
그 뒤 아버지네 부대는 재차 열차편으로 원산쪽으로 이동, 원산에 당도한 부대는 그 곳의 명사십리라는 해변가에서 개편되어 조선인민군 제7군단이란 부대번호를 갖고 훈련에 들어갔다. (다음기 계속)
주: 본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BEST 뉴스
-
왜 예술인에게 ‘재교육’이 필요한가?
6월의 비는 쉼과 시작 사이를 적신다. 벌써 반년이 지나고, 빗소리는 지나온 시간에 안부를 전하듯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지금, 그 빗줄기처럼 우리에게 용기를 속삭인다. ‘다시 시작하라, 다시 배움에 도전하라’ 라고... 무용, 음악, 미술, 연극, 뮤지컬 등, 예술을 전공한 수많은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 -
엇갈린 시선, 닿지 않는 마음 — 한중 젊은 세대의 온도차
● 허 훈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청년층의 다수가 중국을 ‘가장 비호감 가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마치 이웃이 적의를 품고 노려보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기묘한 장면처럼 ... -
“나도 드라마 속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
● 허 훈 가난한 사람을 다루는 드라마를 네 나라,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작품을 함께 놓고 본다면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네 나라 중 유독 한 곳만, 가난이 너무도 ‘예쁘게’ 포장돼 있다. 바로 중국이다. 요즘 중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미드·한드·일드나 본다”는 말이 유행처럼 ... -
디아스포라와 AI 시대, 한글교육의 도전과 과제
허 훈 | 칼럼니스트 “디아스포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종이나라박물관에서 열린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제10회 발표회에서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던진 이 말은 한글교육의 본질과 미래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표현이었다. 한글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문자 교육... -
“중국이 최대 피해자”?…美·伊 전쟁 프레임 뒤에 숨은 불안한 백악관
미국 언론이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테헤란의 폐허가 된 거리에서는 한 청년이 무너진 벽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있고, 제국에겐 최후통첩뿐이다.” 이 짧은 문장은, 대결 국면의 중심에서 중국을 지목하는 서방의 담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 -
역사 속 ‘신에 가까운’ 일곱 사람…제갈량도 5위 밖, 1위는 누구였을까
각 시대마다 역사 흐름을 바꾸는 탁월한 인물들이 등장해왔다. 이들은 그 지혜와 능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불리며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삼국연의>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은 이러한 인물 중 대표적으로 손꼽히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그조차도 ‘신인’ 순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실시간뉴스
-
“제주도가 중국인의 섬?”…무질서한 중국 관광객에 쏟아지는 비판
-
역사 속 ‘신에 가까운’ 일곱 사람…제갈량도 5위 밖, 1위는 누구였을까
-
단동의 밤, ‘해당화’ 식당에서 피어난 이념의 그림자
-
“9·18 사변의 전주곡—만보산 사건의 전말”
-
[역사 바로보기] 중국사 속 3대 허위사실…'주유왕 봉화사태'부터 '강건성세'까지
-
국경을 초월한 영웅, 이다 스케오의 희생과 평화의 메시지
-
연변조선족자치주 8개 현·시 지명에 스민 역사와 문화의 숨결
-
1960년대 북-중 관계의 악화와 저우언라이 방북
-
중국 5대 종교 중 신도가 가장 많은 종교는?
-
중국 유명 역사 이야기 10편 01 : 와신상담 (卧薪尝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