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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악덕 지주들의 두 얼굴…중국에서 다시 묻는 역사적 진실

  • 김다윗 기자
  • 입력 2026.10.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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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중 닭 울음소리와 지하 물감옥…주파피·유문채를 둘러싼 사실과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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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악덕 지주의 상징으로 알려진 주파피(周扒皮)의 ‘한밤중 닭 울음소리’와 유문채(刘文彩)의 ‘지하 물감옥’을 재현한 장면. 두 일화는 역사적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한밤중에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 일꾼들을 깨우던 지주. 소작료를 내지 못한 농민을 지하 물감옥에 가두던 지주. 중국에서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주파피(周扒皮)와 유문채(刘文彩)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악덕 지주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들의 악행으로 알려진 일화는 훗날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주파피는 작가 고옥보(高玉宝)의 자전적 소설 '고옥보(高玉宝)'에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반야계규(半夜鸡叫)', 곧 한밤중 닭 울음소리다.


소설 속 주파피는 일꾼들을 조금이라도 더 부려 먹으려고 날이 밝기도 전에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 일꾼들은 아침이 온 줄 알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이야기는 교과서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중국 전역에 알려졌다.


주파피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주춘부(周春富)의 후손들은 소설 속 묘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후손 맹령건(孟令骞)은 공개 글에서 증조부가 악덕 지주로 묘사되면서 가족들이 오랫동안 불이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손의 증언만으로 닭 울음소리 사건이 허구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옥보 역시 생전에 작품이 자신이 겪고 들은 농촌의 현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소설 속 장면이 실제로 벌어졌는지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천성 대읍현의 대지주였던 유문채는 농민 착취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그의 저택에 설치된 지하 물감옥은 소작농들이 겪었던 고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소개됐다.


1960년대 제작된 대형 조각 작품 '수조원(收租院)'도 유문채의 악명을 전국에 알렸다. 소작료를 내지 못한 농민들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당시 중국의 대표적인 계급교육 자료였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물감옥의 실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전해진 조사 경위에 따르면 1981년부터 전시관 관계자들이 관련자 70여 명을 조사하고 자료를 검토했지만 물감옥의 존재를 입증할 증언과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해당 공간이 원래 아편을 보관하던 시설이었다는 설명이 제시됐고, 1988년에는 복원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문채가 실제로 대규모 토지와 재산을 소유했던 인물이라는 사실과 물감옥 일화의 진위는 별개다. 그는 소작료 수취와 아편 거래 등으로 재산을 축적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 교육사업에 기부한 행적도 전해진다.


주파피와 유문채의 이야기는 과거 중국의 계급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농촌의 빈곤과 불평등을 설명하는 데 활용됐지만, 문학적 묘사와 전시 연출이 실제 사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주파피의 닭 울음소리는 지금도 소설과 현실 사이에 남아 있다. 반면 유문채의 물감옥은 전시관 조사 과정에서 근거 부족이 제기됐다. 한때 중국인들이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였던 두 이야기는 그렇게 서로 다른 결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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