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한국과 일본 여권 소지자는 세계 대부분의 주요 국가를 사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지만 중국인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주요 목적지를 찾을 때 여전히 비자를 받아야 한다. 중국의 경제 규모와 해외여행 수요가 커졌음에도 여권의 국제 이동성에서는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다.
영국 헨리앤드파트너스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2026년 7월 헨리여권지수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여권은 각각 188개 목적지에 사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어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192개 목적지로 1위다.
이 지수의 ‘사전 비자 없이 입국’에는 일반적인 무비자뿐 아니라 도착비자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188개국 무비자’보다 ‘188개 목적지에 사전 비자 없이 방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중국 여권의 이동성도 장기적으로 개선돼 왔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영국, EU 주요국 등 중국인의 여행·유학·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국가 상당수에는 여전히 사전 비자가 필요하다.
이 같은 격차를 경제력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각국의 비자정책에는 불법체류 가능성과 이민정책, 국가 간 상호주의, 외교·안보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미국 비이민 비자가 대표적이다. 미국 이민법 214(b)에 따르면 일부 예외를 제외한 비이민 비자 신청자는 이민 의도가 있다는 법률상 추정을 극복해야 한다. 미 국무부는 직업과 주거, 가족·사회적 관계 등을 본국과의 유대관계를 판단하는 요소로 제시한다. 여행 목적과 출국 의사, 여행비용 부담 능력 등을 보여주는 추가 자료가 요구될 수도 있다.
국가 간 소득과 취업기회 차이 역시 불법 취업이나 체류 위험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인의 비자 장벽을 특정 지역 출신의 불법이민이나 일부 관광객의 행동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최근 중국은 반대로 외국인의 자국 방문 문턱을 낮추고 있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이 2026년 2월 17일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호주·캐나다 등 50개국 일반여권 소지자는 관광·비즈니스·친지 방문·교류·경유 등의 목적으로 최대 30일간 중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외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상대국이 중국인에게 자동으로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여권의 이동성이 한·일 수준까지 높아지려면 개별 국가와의 비자 면제 확대뿐 아니라 이민·체류 위험에 대한 평가와 외교관계, 상호주의 등 여러 조건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결국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여권의 힘은 단순히 몇 곳을 비자 없이 갈 수 있느냐보다 미국과 EU, 영국, 캐나다 등 주요 목적지에 얼마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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