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정부가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의제와 연계된 원조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W)도 "워싱턴은 오랫동안 유럽 정치에 영향을 미쳐 왔으며, 현 행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새로운 대외 지원 정책을 둘러싸고 대서양 양안에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FT가 입수한 미 국무부의 의회 통지서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 내 '문명 연합 발전' 계획에 500만 달러를 배정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해당 사업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정치적 경쟁, 국가 주권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 협력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해당 구호가 최근 유럽 우파와 포퓰리즘 세력이 내세우는 반이민, '정치적 올바름(PC)' 반대, EU 통합 저지 등의 정치적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이와 함께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에 대응하는 '반검열' 프로젝트에 2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영국과 동유럽 시민사회 단체, 영미 공동 싱크탱크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FT는 올해 초에도 미 국무부가 MAGA 성향과 가까운 유럽 싱크탱크와 비영리단체를 지원해 미국의 정책 기조를 확산시키고 유럽의 일부 규제와 법률에 대응하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럽은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정치권은 미국을 향해 자국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 경고했으며, 외국 자금이 독일 정당을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전직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유럽 우파 성향 단체와 일부 정당에 자금 지원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독일 포쿠스는 이러한 움직임이 대서양 동맹 내부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EU 일각에서도 외부 자금이 회원국의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지원 대상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에서도 관련 사업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민주주의 지원인지, 타국 내정에 대한 정치적 개입인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원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지원과 내정 불간섭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가치 외교를 앞세운 영향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인식 차이는 대서양 동맹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국제사회의 정치적 신뢰와 외교 질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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