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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등록된 아리랑·판소리…문화유산 보호인가, 문화공정인가

  • 김주영 기자
  • 입력 2026.10.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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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아리랑과 판소리, 김치 제조기술, 추석 풍습까지. 한민족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문화가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실이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조선족이 계승해 온 문화를 보호한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유산의 전승과 역사적 기원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국가유산청의 '한국 전통에 대한 중국의 문화공정 대응 종합 연구' 보고서를 계기로 중국 동북3성의 조선족 관련 문화유산 등록 현황이 주목받았다. 관련 보도에서는 등록 건수가 23건 또는 24건으로 다르게 집계됐다. 중복 항목과 집계 기준에 따른 차이로 보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원보고서 확인이 필요하다.


중국의 문화유산 등록은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중국 국무원은 2011년 제3차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목록에 아리랑과 판소리를 포함시켰다. 아리랑은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가, 판소리는 랴오닝성 톄링시와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신청 지역으로 기록돼 있다. 가야금 예술도 같은 시기 국가급 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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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랑과 판소리, 김치 등 한민족 전통문화의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등록 논란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중국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공식 사이트는 아리랑을 조선족의 대표적인 서정민요로 소개한다. 조선민족의 생활과 정서가 담긴 노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판소리 역시 조선족 사회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공연예술로 기록하고 있다. 적어도 이러한 공식 설명만으로 중국이 아리랑과 판소리의 기원을 자국에 있다고 주장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조선족의 이주 역사가 있다. 19세기 이후 한반도에서 중국 동북지역으로 이주한 주민들은 새로운 터전에 정착하면서도 고향의 언어와 풍습을 지켰다. 아리랑을 부르고 김치를 담그며 명절을 쇠는 일은 낯선 땅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전통을 소수민족 문화유산으로 분류해 관리해 왔다.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지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중국 조선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전통문화를 보존해 왔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보호가 역사적 기원에 대한 해석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중흥촌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아리랑 유래 안내판이다. 국가유산청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 따르면 안내판은 한나라 무제의 한사군 설치 이후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로 이주한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에서 아리랑이 비롯됐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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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을 입은 여성이 전통 그네놀이를 즐기는 모습. 그네놀이는 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전승돼 왔다. (AI 생성 이미지)
 

이러한 해석은 아리랑의 발생 배경을 중국 대륙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논쟁의 소지가 있다. 아리랑의 기원에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며, 특정 시기나 이주 경로만으로 그 시작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안내판의 정확한 원문과 역사적 근거 역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지정과 유네스코 등재는 성격도 다르다. 한국의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제도는 문화의 독점적 소유권을 인정하기보다 공동체가 이어온 전통과 보존 활동에 무게를 둔다.


여기서 중국 조선족의 위치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족은 중국 국적을 가진 소수민족이지만 한민족의 언어와 풍습을 공유해 온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들이 중국에서 아리랑을 부르고 판소리를 전승해 온 역사는 한민족 문화가 국경을 넘어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국이 조선족의 전통문화를 보호하는 행위 자체를 문화 침탈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중국에서 전승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문화의 역사적 출발점까지 중국으로 돌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화유산의 관리 주체와 역사적 뿌리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한국에도 과제를 남긴다. 중국 조선족이 지켜온 전통을 한민족 문화사의 일부로 바라보면서, 중국 현지에 남아 있는 관련 기록과 유래 설명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소유권 다툼보다 정확한 사료와 전승 기록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리랑은 국경을 넘어 불려 왔고, 판소리와 김치 문화도 사람들의 이동을 따라 전해졌다. 중국 조선족이 그 전통을 지켜온 역사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문화가 전해진 땅이 곧 그 문화의 발상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분명히 가려야 할 대목도 바로 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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