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보다 중국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국가가 처음으로 더 많아졌다는 국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약 20년간 세계 각국의 대중·대미 인식을 추적해 온 조사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외정책과 중국의 외교 행보가 맞물리며 세계 여론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6개 국가·지역 가운데 25곳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퓨리서치가 글로벌 인식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확인된 결과로, 미·중 경쟁이 경제와 안보를 넘어 국제 여론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높은 호감도를 유지한 국가는 한국, 일본, 인도, 필리핀, 폴란드, 이스라엘 등 6개국이었다. 반면 캐나다와 멕시코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에서는 중국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우세했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평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22개 국가·지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퓨리서치는 두 지도자 모두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인 국가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캐나다의 변화는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2023년 57%에서 올해 33%로 크게 하락한 반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같은 기간 14%에서 44%로 상승했다. 멕시코와 주요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에서 여론 변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퓨리서치 연구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조사 기간인 올해 2월부터 5월 사이 미국의 동맹국 대상 관세 정책, 중동 정세 대응, 그린란드 관련 발언 등이 일부 국가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시간이 지나며 약화되고, 중국이 일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외교 협력국으로 인식된 점도 여론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선 것은 아니다. 퓨리서치는 개인의 자유와 시민권 보장,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 격차는 과거보다 다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 세계 35개국과 요르단강 서안 및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36개 국가·지역에서 4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호감도 조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중 경쟁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국제 신뢰, 외교 영향력을 둘러싼 '소프트파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이 동맹과의 관계 회복에 성공할지, 중국이 현재의 호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앞으로의 국제 질서와 글로벌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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