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투데이] ‘동북의 끝자락’으로 불리던 연변이 철도 하나로 운명을 바꿨다. 한때 중·러·북 3국 접경의 외딴 지역으로 불리며 ‘교통의 막다른 곳’이던 연변이, 이제는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개통된 장춘–훈춘 고속철은 지난 10년간 8700만 명을 실어 날랐다. ‘동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철’이라는 별명처럼, 이 노선은 장백산과 훈춘 방천 등 주요 관광지를 잇고 있다. 관광객은 하루 만에 명소를 돌 수 있고, 현지 농민들은 인삼·버섯 등 산간 특산물을 신선한 상태로 대도시에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연변은 철도와 함께 시간의 개념도 바꿨다. 심양–백산 고속철이 국가 간선망과 연결되면서, 과거 베이징까지 하룻밤 걸리던 거리를 4시간이면 주파한다. 지역민들은 “이젠 회의나 병원 진료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고 말한다.
철도는 도시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연길서역은 하루 수십 편의 열차가 오가며 붐비고, 장백산역은 관광 전용 역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노선들도 전기화 개조를 거쳐 운행 효율을 높였다. 하루 운행 횟수는 10년 새 45편에서 92편으로 늘었다. 연변 전역이 사실상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인 셈이다.
철길이 놓이자 산업도 움직였다. 훈춘의 킹크랩은 과거 내륙으로 나르기 어려워 대부분 냉동됐지만, 고속철 냉장 물류망이 구축되며 연간 판매량이 200톤을 넘겼다. 탄소섬유산업단지 등 신산업도 속속 들어서며, “변방의 오지”였던 연변은 투자자들의 눈에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훈춘 국제물류단지에는 12억위안이 투입됐다. 철도가 단지 내부까지 들어오면서 러시아산 화물이 곧바로 하역된다. 이곳은 이미 국가급 육상 물류거점으로 지정됐다. 도로도 함께 확충돼, 국경을 따라 달리는 G331 관광대통로는 ‘교통+관광’의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연변의 철도망은 아직 확장 중이다. 둔화–목단강 고속철이 완공되면 길림성과 흑룡강성 간 이동이 빨라지고, 연길–장백산 고속철은 시속 350㎞급으로 설계돼 1시간 생활권이 실현될 전망이다. 훈춘–동녕선 등 국경 철도는 러시아·북한을 잇는 국제 물류망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고속철이 만든 변화는 산업을 넘어 사람들의 삶으로 이어졌다. 연변 주민들은 “아침에 수확한 채소가 오후엔 베이징 시장에 깔린다”고 말한다. 철도 일자리도 대부분 지역민에게 돌아가 젊은층의 ‘역외 이탈’이 줄었다. 열차 내에는 조선족 전통 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금달래의 약속’ 팀 이름으로 이중 언어 안내와 민속 공연을 펼친다.

연변의 고속철 사업이 빠르게 진행된 배경에는 유연한 행정이 있었다. ‘초속도로 진행하되 절차는 준수한다’는 원칙 아래 각종 인허가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PPP(민관협력) 방식으로 자금 문제도 풀었다.
연변 당국은 2030년까지 모든 시(市)를 고속철로 연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철도경제 시범구’를 조성해 단순한 통과형 경제에서 ‘허브형 경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길을 닦으라”는 옛말이 있다. 연변은 이 말을 철길로 증명해냈다. 고속철은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을 일으키고 삶의 방식을 바꾼 동력이 됐다. 변방이라 불리던 땅이 이제는 동북아를 잇는 관문으로 서 있다. 철로는 연변의 지도를 바꿨고, 그 위를 달리는 것은 단순한 열차가 아니라 이 지역의 새로운 미래다.
BEST 뉴스
-
일본행 경고 하루 만에… 중국 항공사들 일제히 ‘전액 무료 환불’
[동포투데이]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고 공식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을 대상으로 한 ‘특별 조치’를 일제히 발표했다. 15일 오후 5시(현지시간) 기준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하이난항공, 쓰촨항공 등 5개 항공사는 12월 31일까지 일본 출·도착 항공... -
“모국 품에서 다시 하나로”…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인천서 개막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서 개회사하는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사진제공 : 재외동포청) [동포투데이]해외로 입양돼 각국에서 성장한 한인 입양동포들이 ‘모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이 주최하는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가 10일 인천... -
“러시아와 전쟁 대비 완료”… 독일군 사령관 “나토, 80만 병력 투입 가능”
[동포투데이]독일군 최고지휘관이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며 “독일은 이미 전쟁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나토(NATO)가 개전 시 최대 80만 명의 병력을 러시아 국경 인근에 배치할 수 있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RT방송에 따르면, 독일 연합작전사령부의 알렉산더 조르... -
홍콩 대형 화재, 36명 사망·279명 실종... 시진핑 “전력 구조” 지시
[동포투데이] 홍콩 신계 타이포(大埔) 웡 푹 코트(宏福苑) 단지에서 26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36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화세는 27일 새벽이 돼서야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찾은 존 리(李家超) 홍콩특구 행정장관은 “화재... -
홍콩 공공주택 대형 화재…13명 사망·소방관 추락 순직 충격
[동포투데이]홍콩 신계 타이포(大埔) 지역의 공공주택단지 ‘홍복원(宏福苑)’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6일 현재까지 13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 활동 중 소방관 1명이 추락해 순직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면서 홍콩 전역이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화재는 오... -
문재인, 평산책방 유튜브 출연…“중국인들 ‘운명’ 읽고 많이 찾아와”
▲사진/평산책방TV 영상 캡처 [동포투데이]문재인 전 대통령이 24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출연해 자신의 저서 ‘운명’을 소개하며 중국 독자들의 방문 사례를 언급하자 온라인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영상 ‘책방지기가 말하...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단두’ 논란 뒤 잠행했던 中 총영사 복귀… 다카이치의 계산 빗나가
-
“다카이치 지지율 80%? 中언론 ‘민심 착시’직격”
-
“일본 극우, 동아시아 최대 위협”… 韓 전문가 “다카이치 폭주, 한·중 공조로 막아야”
-
연변, 5대 스키장 ‘동시 개장’… 새 겨울 시즌 본격 개막
-
中 전투기, 일본 F-15에 ‘사격 레이더’ 조준…도쿄 “군사 충돌 직전 상황” 강력 항의
-
도쿄 직하형 지진 발생 시 1만8000명 사망… 日 정부 최신 예측
-
일본 직장서 여성 피살…가해자는 중국인 동료 “무슨 갈등 있었나”
-
웃음 뒤에 감춰진 지하감옥… 필리핀 前여시장, 사기·인신매매 ‘종신형’
-
“중국인 안 오니 거리 깨끗”… 前 일본대사의 발언, 일본 사회서 ‘공감’ 확산했지만 경제 현실은 냉혹
-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에 ‘중국(대만)’ 표기… 대만 항의에도 한국 정부는 ‘노코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