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신문에 ‘중국동포’와 관련된 기사가 게재되면 으레 다음과 같은 댓글이 보이곤 했다. ‘동포는 무슨 얼어 죽을 동포, 말투만 겨우 비슷할 뿐 사고방식은 완전 중국인이지….’
그런데 실제로 얼어 죽은 동포가 있긴 하다. 119에서 주사 부리는 취객으로 오인해 제때에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동사한 조선족. 여기에서 질문 하나. 조선족? 그럼 조선족은 무엇이고 중국동포는 또 무엇인가? 싱겁고 뻔한 얘기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명칭 또는 호칭에 참 민감한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야타족, 제비족 등등의 신조어 범람들. 거기에 또 밉상스러운 짓도 많이 하는 조선족이라니? 조선족이 한국에 와서 가장 난감한 상황 가운데 하나는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화를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장님 아내를 어떻게 부를지 몰라서 “저 아주머님이 어쩌고…” 하다 보면 사모님 얼굴에 기분 상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가씨’라는 호칭은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를 일컬었겠는데 지금 ‘아가씨’ 하고 부르면 어떤 여성들은 기분 상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남성들도 식당에서 “저기 언니~” 하고 부른다. 오래전 ‘영감 마님’이라는 호칭은 아주 귀한 분들에게만 쓰던 존칭인데 지금 ‘영감’이라면 모욕이다. 거기에 ‘영감탱이’ 하면 아주 그냥….
그러고 보면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다. 한중수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족이 스튜어디스를 ‘공중 아가씨’라고 불러서 한국 사람들이 한바탕 뒤집혔다는 일화도 있다. 공중 아가씨는 중국어 ‘空中小姐’에서 나온 말이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조선족들이 비행기에서 승무원을 우리말로 부르고 싶다면 공중 아가씨보다 ‘공중 언니’가 어떨까.
한중수교 후 20여 년의 세월 동안 조선족과 한국인들이 왕래와 교류가 많아 서로 간에 문화와 습관의 차이로 벌어지는 오해들도 이제 적잖게 감소했다고 한다. “일 없습다.” 해도 화내지 않고 괜찮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오징어 살인사건” 하면 남한 사람들은 “아, 낙지 살인사건 말하는구나!” 하면서 알아듣는다.
심지어 한국의 다단계업자들이 연변에 진출해 조선족 할머니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참새!” 구령에 맞춰 아매들이 입을 벌리면서 “짹짹!” “병아리~” 구령에 “삐악삐악!” 하는 유치원 문화까지 전파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 다한 것이다.
다단계 하는 한국 청년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은 조선족 할머니들의 연변 말을 습득해 “제 먼저 가겠소? 양 그래오. 내 좀 있다 가께 양!” 같은 연변 사투리를 넉살 좋게 구사하는 통에 조선족 할머니들은 배를 움켜잡고 뒤로 넘어질 정도로 박장대소한다. 참으로 훈훈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한데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뼈 빠지게 돈을 벌어 고향에 송금하면 부모들은 한국의 다단계업자들에게 다시 헌납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누군가 그랬다. 한족 늙은이들은 아침부터 백화점 앞에 줄 서서 세일 상품을 사려고 기다리지만, 조선족 할머니들은 다단계에 몰려 한국 상품을 구매하고 할아버지들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보건품이나 약 광고에 귀를 기울인다고 하던가.
어찌 되었든 이제 한국 땅에 거주하는 조선족(조선족 동포든, 중국동포든) 수가 8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6.25 당시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가 오리 알을 주머니에 가득 주워 담았던 인민군 중에 조선족 군인들이 상당수였던 건 이미 공개된 비밀이다. 연변자치주의 촌마다 동네마다 혁명열사 기념비가 있고 한 집 건너 혁명열사가 있다는 건 연변 조선족 인민들의 자랑이요, 미담이었다. 하지만 한중수교 후 연변을 방문한 한국 인사들에게 그것을 크게 떠들지 않았다. 이유는 말하지 않더라도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이제 만나러 갑니다(채널A 프로그램 · 이하 이만갑)’에 출연한 한 여성의 발언이 떠오른다. 그 여성이 김아라였던가 한송이였던가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장백산은 무슨 얼어 죽을 장백산임까? 그건 중국에서 부르는 거고 우리는 백두산이라고 불러야 함다!” 그 장면을 시청하다가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순간 '저건 남한에 와서 배운 거야. 영악한 것…'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데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국… 압록강 줄기줄기 피어린 자국….” 그녀에게 ‘너희 이 천여 만이 그토록 목청 높이 부르던 김 영감 노래 가사에 장백산이 나온다’고 하면 또 무슨 말을 할까.
또한, 예전에 연길에 대우호텔 외 한국인들이 많이 숙박했던 ‘백산호텔’이라고 있었다. 백산호텔? 사실 이름이 딜레마였다. 장백산호텔은 한국인들이 삐지고 백두산호텔은 중국인들이 화를 내니 살짝 백산호텔이라고 바꾼 것이다. 연변 조선족들의 영악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여튼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조선족 군인 수보다 더 많은 숫자의 조선족 동포들이 여기 남한 땅에 내려와 거주하고 있다. 조선족이 소방서와 경찰서에만 없을 뿐 그 어느 곳에나 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중국동포들 천지다. 이제는 ‘조선족 중의 이자스민을!’ 외치며 국회에까지 조선족 영입 추진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두만강 물은 얕은 동해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백두산으로 오른다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은 바로 국회가 아니겠는가?
적지 않은 과학자를 배출하고 여러 명의 조선족 영웅까지 배출한 중국동포들이 한국 땅에서도 영웅을 배출하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유명했던 인물은 오원춘, 박춘풍, 김하일 등등밖에 없지 않았던가(아, 이건 좀 아닌가). 그럼 백청강도 유명했고 한국화 씨도 아마 유명하겠지만, 그 가운데 단연 으뜸은 독립운동가며 작가인 홍성걸 선생이라 생각한다.
그분이 쓴 글 중에 인민군이 남침 당시 서울 감옥으로도 쳐들어가 철문을 부쉈는데 수형자들이 쏟아져 나와 인민군을 마구 얼싸안으며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며 만세를 외치는데 조선족 인민군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한다.
자고로 ‘적들의 적은 우리 편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조선족 인민군들은 ‘이들까지 과연 우리 편으로 대해야 하는가’라는 심적 갈등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 무리 속에는 살인범도 있을 것이고, 강간범도 있을 것이고, 새끼 돼지를 훔친 도둑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저기 윗동네 조선족은 과연 아랫동네 한국인들에게 적일까, 친구일까. 중국에서 천대받고 화교들에게도 미움받고, 배도 건조할 수 없고 자동차, 휴대폰 등등을 못 만들고 못 하는 게 많은데… 그동안 내가 독립군 투사 후손이요, 내 할아버지 고향이 경상도요 그것만 믿고 거들먹거렸단 말입네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겠다.
명성황후가 나오는 사극을 보면 꼭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난 조선의 국모(國母)다!” 물동이를 이고서 양손에 모젤 총을 들어 팡팡~ 일본군을 쓰러눕히며 김성주의 경호를 섰던 김정숙은 김정일의 생모다. “나도 조선의 국모요!” 김정숙이 이렇게 말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저 소나무가 고려 쩍 소나무냐? 조선 쩍 소나무냐? 그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처럼. 거기에 김정일이 한술 더 뜬다. “조선의 어머니는 오직 한 분 뿐입네다!” 김평일이 열 받아 쿠바로 가면서 “그래 맞아. 너 금마!” 했다던가.
이 너그 엄마 김정숙 동지가 김 영감의 잠을 위해서 걱정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일성 집무실 밖에는 휘영청 늘어진 수양버들이 있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늘 참새들이 연변 아매들처럼 시끄럽게 “짹짹” 울어 참 성가셨는데 어느 아침에 김정숙 동지가 파리채를 들고서 수양버들 밑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훠이훠이~” 하면서 참새들을 쫓고 있었다.
깜짝 놀란 경호원들이 떼떼 권총을 빼 들고 뛰어와서 그 수양버들 속에 가려져 있는 여성을 겨냥하고는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내가 바로 조선의 국모다!”를 외쳤다. 그 버들가지 사이로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김정숙 동지였다. 경호원들이 조심스레 이유를 물은즉슨 “수령님 동지께서 나라와 인민을 위하여 밤잠도 주무시지 못하고 새벽녘까지 많은 사무를 보시다가 이제 겨우 쪽잠에 드셨는데 저놈의 참새 새끼들…” 하고 말하니 경호원들이 너무 부끄러워 모두 고개를 숙였다.
양손잡이 명사수인 김정숙 동지는 충분히 경호원의 권총을 빼앗아 그놈의 참새들을 민주화할 수 있었지만 겨우 잠이 든 김 영감 동지가 반란이 일어난 줄 알고서 팬티 바람으로 뛰쳐나와 허둥댈까 봐 그냥 파리채만 열심히 흔들며 참새들을 잡아먹을 듯 쏘아보았다고 한다. 이후 북한 인민들은 참새 목털로 만든 비단 이불을 김주석에 바쳤다는 이야기를 ‘이만갑’에서 들었으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세계의 공산당 지도자들은 왜 참새들을 잡아먹지 못해서 그렇게 안달이 났을까. 전생에 참새 찡들하고 무슨 철천지원수라도 맺은 것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약진운동 때 참새들도 고생 꽤 했다고 들었다. 물론 나는 그때 어려서 모르지만 말이다.
글을 맺으면서, 불쑥 고개 드는 의문. 한국 국적을 회복한 조선족은 한국인일까, 조선족일까. 중국을 조금만 비판하면 개구리 올챙이 쩍 생각도 못 하냐(?!)고 하면서 삿대질한다. 누구나 개구리 과거는 올챙이 시절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물알인 거 같은데… 물알? 참새들은 아무래도 그것을 후루룩 마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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