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화해와 우리 한민족, 언론인들의 사명
■ 철 민
이번에 한국 서울에서 열린 2015 세계한인언론인대회에 참가하고 보니 감수가 깊었다.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 널려 살면서도 각종 어려움과 제약성을 받으면서도 한국과 우리 민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한민족언론인들, 그들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고 또한 그들을 통해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유감스러운 것도 있었다. 한민족 언론인이라 할 때, 마땅히 평양의 언론인들도 참가했어야 하겠건만 이런 장소에서 평양 언론인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모임에 참가한 언론인들 중 알게 모르게 남북화해에 이롭지 못한 언사가 있는 것 같았다.
하다면 본문에서는 “남북화해와 한민족 언론인들의 사명”이란 제목으로 좀 말해보련다.
언론사나 언론인이라 하면 정부와 협력하고 정부를 도와 나라의 경제 및 문화 발전을 추동해 나가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언론인을 “당의 후설(后舌)”이라고 한다. “당의 후설”이라 수긍이 가는 표현이다. 특히 중국은 여러 당의 참여하에 공산당이 정치와 기타 분야를 주도하는지라 민주와 집중을 조화롭게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 그렇다고 설명이 된다.
하지만 중국 역시 한시기 과도하게 이를 강조한 시대가 있었다. 즉 좌적 경향이 창궐하던 시기에 당이 노선적으로 착오를 범할 때 언론인들도 이 착오노선의 “로봇”이 된 것이다. 사례로 지난 세기 50연대 말경, 이른바 “대약진” 운동을 벌이던 그 시대엔 벼 낱가리에 올라앉아 해에 담뱃불을 붙이는 미술작품이 있었는데 머리가 조금이라도 냉철한 사람이라면 이런 그림을 그릴 수도 없거니와 이를 언론지에 발표할 수도 없다는 건 아주 당연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사정이니까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련다. 오늘의 주제는 한반도 남북의 언론인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 한반도 남과 북의 국호를 놓고 말하련다. 한반도의 남과 북, 북과 남은 유엔에 등록된 국호가 분명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 말엽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에 가입할 때 한국은 “대한민국”으로 조선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등록이 되었으며 당시 유엔대회에 참가한 노태우 대통령은 분명 “이 북의 형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유엔에 참가한 것에 대해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밝히었다. 이는 이 북의 주권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당시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때 상호 서명한 공동성명에도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로 기재되어 있다.
헌데 유감스럽게도 남과 북은 유엔에 등록된 국호대로 서로 불러주지 않는다. 이른바 자기들이 만들어낸 이름 “북한” 혹은 “남조선”이라 부른다. 이는 서로가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는 언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놓고 어느 한 한국의 국민이나 이 북의 인민의 입에서 나온다면 그런대로 이해하겠으나 정부의 고위관원들한테서 쏟아져 나오고 언론사들 또한 그대로 표현한다. 이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한국이 사정을 놓고 보면 중국 대륙도 나라요, 홍콩이나 대만도 나라요 표기할 때가 많다. 이는 한중 수교 시 언급된 것으로서 당시의 한중공동성명에서는 분명 한국이 대만이 중국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 천명되었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대륙, 대만 이렇게는 될 수 있으나 대만이 절대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 언론사들의 이러한 표기에 대해 중국이 결코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대국이고 너그럽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를 놓고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에 항의한다면 한국정부만이 난처한 것이다.
그 외 방송사라 할 때 억양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 180도로 달라질 때가 있다. 1979년 10월 당시 박정희 한국대통령이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조난당하자 평양방송은 “박정희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기사를 방송, 아나운서의 억양이 아주 흥분되었으며 어딘가 통쾌해하는 듯한 어조였다. 김재규가 박대통령을 총으로 쏜 것은 테러나 암살에 가까운 범죄행위인 것만은 분명한 것이다. 이는 테러나 암살 행위는 자본주의 체제나 사회주의 체제나를 막론하고 공동히 반대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애석해 하지는 못할망정 기뻐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하긴 조선의 체제상 어떤 제약성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기사를 작성하고 방송한 당사자는 분명 언론인이었던 것이다.
현재 중국의 언론은 제약성이 많고 부족 점과 일부 폐단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언론은 한반도의 남과 북을 똑 같이 존중한다. 남은 “한국”이라 불러주고 북은 “조선”이라 불러준다. 그리고 중국의 기분에 나쁜 보도를 할 때에도 이 원칙만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외국 언론인들이 인정하는 남 혹은 북의 국호를 한반도 남북의 언론인들은 왜 그대로 불러주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진짜 어렵다.
언제인가 금강산에서 한국 KBS와 조선중앙 TV가 공동으로 “열린 음악회”를 펼친 적이 있었다. 당시 KBS의 사회자는 “남과 북”, “북과 남”하고 상대방의 자손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잘 잡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 상대방의 국호를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지만 필경 화해와 통일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하다면 이런 시도가 지속된다면 경제와 문화의 교류를 포함한 남북관계에 물코가 트이면서 나중에는 통일이란 민족대업도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하긴 그 기간 천안함 침몰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및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 등 불쾌한 사건들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화해와 교류와 협력을 위한 시도와 노력만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인정된다.
통일은 남과 북이 모든 원하는 일이다. 진짜 이를 원한다면 상대방을 헐뜯고 상대방이 자존심이 상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통일은 먼 앞날의 일일 수도 있다. 현재 남과 북의 앞에 놓인 과제는 통일보다는 화해를 통해 그동안 막혀버렸던 모든 교류를 회복하고 서로 마주 보며 손을 잡는 일이다. 이렇다고 할 때 상대방을 존중해야 함은 더욱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앞장에는 우리 언론인들이 앞장서고 여론 선도를 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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