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오만 앞바다 해상 환적까지 동원
- 9~10월 물량 확보했지만 장거리 운송·유조선 운임 부담 커져

[인터내셔널포커스] 한국이 당장 쓸 원유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9~10월 도입 물량을 전년 같은 기간의 90% 이상 확보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하지만 당장 국내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걱정거리는 다른 곳에 있다. 사놓은 원유를 한국까지 가져오는 길이 예전 같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이 크게 줄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를 피해 사용해온 동서 송유관도 공격을 받았다. 홍해 남쪽 바브엘만데브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 산유국에서 한국까지 이어지는 원유 수송망 곳곳에서 변수가 생겼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오만 앞바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페르시아만 라스 타누라에서 원유를 실어 호르무즈를 통과한 뒤 오만 소하르 앞바다에서 다른 대형 유조선으로 옮겨 싣는 해상 환적을 확대하고 있다. 9월과 10월 이런 방식으로 수송될 사우디 원유는 약 6천만 배럴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정유사들이 주요 구매자로 거론된다.
사우디가 이런 방식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를 연결하는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유를 빼낼 수 있는 대표적인 우회로였다. 하지만 이 송유관이 공격을 받으면서 페르시아만 쪽 수송을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외에 따져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
계약한 원유가 충분해도 유조선을 제때 구하지 못하거나 항로가 길어지면 도입 비용은 올라간다. 보험료도 부담이다. 유조선 한 척의 운항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선박도 줄어든다.
홍해를 이용한다고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얀부에서 아시아로 향하려면 홍해 남쪽 바브엘만데브를 지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이곳의 항행 위험이 커지면 선사들은 더 긴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을 넓히는 방법도 있다. 특정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국까지 거리가 멀어진다. 결국 더 많은 시간과 운송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비중동산 원유 도입에 필요한 추가 운송비 지원 확대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중동의 불안이 길어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11월 이후에는 확보한 원유의 양뿐 아니라 유조선 수급과 운임, 보험료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문제를 끄집어냈다.
사우디에서 원유를 살 수 있느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원유를 어느 항로로 가져올지, 필요한 배를 확보할 수 있는지, 한쪽 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호르무즈를 피하기 위한 송유관이 흔들리고 홍해마저 불안해졌다. 중동 밖으로 수입선을 돌리면 이번에는 거리와 비용이 늘어난다.
한국이 당장 원유 부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중동 사태가 길어질수록 질문은 분명해진다.
얼마나 많은 원유를 확보했느냐보다, 확보한 원유를 어떻게 한국까지 가져올 것인가.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이제 ‘수송로’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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