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패전을 맞은 지 81년이 지났다. 그러나 과거 침략전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8월 15일에도 일본 정치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반복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과 군사적 역할 확대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았지만 자민당 총재 명의로 다마구시료를 봉납했다. 전국전몰자추도식이 열린 일본무도관 주차장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방향으로 요배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을 비롯한 현직 각료 4명도 신사를 찾았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일본 정치인들의 참배가 개인적인 추모를 넘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외교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다. 특히 방위정책을 책임지는 현직 방위상의 참배는 과거사와 현재의 안보정책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인식 논란과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군사활동 등을 이유로 방위비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변화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변화는 방위비 증액에 그치지 않는다.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체계 도입, 지휘체계 첨단화 등을 추진하면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수방위’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2027회계연도에도 약 8조9000억엔 규모의 방위예산 요구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방위력을 강화한다는 사실만으로 일본을 곧바로 ‘군국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춰 방위력을 정비하는 것은 국가의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군사력 확대와 과거사 인식의 후퇴가 동시에 나타날 때다. 침략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성찰하지 않은 채 군사적 역할만 확대한다면 주변국이 이를 단순한 방위정책 변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반복되는 야스쿠니 참배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내부에도 이러한 흐름을 비판하고 전쟁의 책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일본 사회 전체를 군국주의로 규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전후 81년을 맞은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과거를 지우면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분명한 성찰 위에서 미래의 안보정책을 설명하는 일이다. 주변국 역시 일본의 모든 방위력 강화를 군국주의로 단정하기보다 역사인식과 군사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결합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가 아니다.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이 전후 평화국가로 쌓아온 신뢰를 지키려 한다면 그 출발점은 여전히 역사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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