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다문화가정협회 보령지회 회장 최미자 인터뷰
[인터내셔널포커스] 다문화가정 지원 현장에서 활동해 온 충남다문화가정협회 보령지회의 최미자 회장이 2026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다문화 정책은 시혜나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라며 “현장에서 체감한 제도의 한계를 이제는 제도 안에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다문화가정 문제에 관여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언어 문제와 행정 절차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다 보니 비슷한 사례가 반복됐고,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걸 보며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령 지역 다문화가정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여전히 언어 장벽이 꼽힌다. 병원·학교·관공서 등 생활의 핵심 공간에서 의사소통이 막히면 불안은 곧바로 생활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통역 지원과 정보 접근성이 수도권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최 회장은 “정책은 전국 공통이지만, 지역에서 체감하는 장벽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충남다문화가정협회 보령지회는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행정과 교육 현장을 잇는 ‘중간 역할’을 맡아 왔다. 행정 절차를 안내하고 학교·지역 기관과 연결하며, 다문화가정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창구다. 그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긴 호흡의 동행이 중요하다”며 “다문화가정을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이웃 주민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민의 권리는 국적이 아니라 삶의 터전에서 나온다”
최 회장의 문제의식은 지방자치의 법적 토대까지 이어진다. 지방자치분권의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을 규율하는 ‘지방의 헌법’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법 제16조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에 주소를 가진 자는 그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7조는 외국인 역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선언과 달리 현실 정치에서 외국인 주민이나 이주민 당사자가 지역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집행부를 견인할 기회는 사실상 전무하다. 지금까지 이주민 당사자가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활동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2010년 몽골 출신 귀화 여성인 이라 전 의원이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지방의회에 진출한 사례, 2012년 이자스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주 문제는 흔히 진보 진영의 핵심 의제로 분류되지만, 역설적으로 진보 정당에서 이주민 당사자를 국회나 지방의회로 진출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 보수 정당이 비례대표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주민 정치인을 배출한 것과 달리, 진보 진영은 이주민 권리 담론을 강조해 왔음에도 실제 정치 대표성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이주민 당사자의 정치 참여 확대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로도 해석된다.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 멈춰 선 정치 대표성
외국인 주민은 이미 지방자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이 됐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충남(5.6%), 경기(5.3%), 제주(5.0%), 서울(4.6%), 충북(4.5%) 등은 외국인 주민 비율이 평균 이상인 광역자치단체다. 음성, 영등포, 금천, 안산, 구로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외국인 주민 비율이 10%를 넘는다.
영주(F-5) 자격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은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다. 총선과 대선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지방정치에서는 이미 유권자로 인정받고 있다. 2025년 기준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약 14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외국인 유권자 수 증가는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 외국인 주민은 지역에서 노동자이자 납세자로 살아가며 행정 수요를 만들어내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쉽게 배제된다. 최 회장은 “세금을 내고 지역을 떠받치는 주민이 정치에서 배제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희수 진도군수 발언, 개인 실언 아닌 구조적 인식의 문제”
최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의 이른바 ‘베트남 여성 수입’ 발언도 언급했다. 그는 해당 발언을 “개인의 말실수를 넘어, 이주민을 주민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보는 구조적 인식이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언어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정책과 행정 태도의 방향을 드러내는 신호”라며 “이주여성을 인구 대책이나 노동력 보충 수단처럼 표현한 것은 이주민을 동등한 주민이 아니라 관리 대상, 외부 자원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언어가 반복될수록 차별은 제도화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사건이 이주민 당사자의 정치 참여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당사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이주민을 대상화하는 언어와 정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대표성의 부재가 곧 차별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당사자 정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주민 정치 참여의 필요성은 행정 구조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 주민이 인구 산정에 포함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도시 지위를 유지하거나 행정 기준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이주민 당사자를 대변하는 지방의원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 회장은 “외국인 주민 증가와 함께 행정 수요는 늘어나지만, 선거권이 없거나 정치적 대표성이 없는 집단은 쉽게 외면된다”며 “이를 바꾸려면 당사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 정치가 행정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명확한 문제의식, 그리고 소통 창구의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로”
최 회장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주 문제는 흔히 진보 의제로 분류되지만, 정작 진보 진영에서 이주민 당사자를 체계적으로 정치에 진출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번 지방선거부터라도 준비된 이주민 당사자를 지방의회로 진출시키는 것이 민주정치의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정책을 특혜로 보는 시선은 출발선의 차이를 외면한 주장”이라며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정착은 지역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본 문제를 현장에서만 이야기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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