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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만 알던 땅, 마음이 머문 곳… 장쑤 청년이 만난 ‘연변’

  • 화영 기자
  • 입력 2025.08.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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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가고 싶어요.”


중국 동남부 장쑤성의 한 청년이 지린(吉林)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다녀온 뒤 온라인에 뒤늦게 올린 여행기가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낯선 북방의 땅에서 마주한 건 단순한 풍경이나 음식이 아닌, 마음 깊숙이 스며든 환대와 여운이었다.


“연변은 그냥 ‘조선족이 사는 추운 북쪽 도시’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완전히 달랐어요.” 짧은 여정 속에서 만난 다섯 가지 장면은 생생했고, 어떤 건 생각보다 따뜻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살을 에는 칼바람이 그를 맞았다.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 날씨. 하지만 장쑤에서 겪던 겨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눅눅하게 스며드는 남쪽의 추위와 달리, 연변의 추위는 맑고 매서우면서도 어딘가 개운했다. 

 

“처음엔 숨이 턱 막힐 정도였지만, 조금만 걸으니 오히려 몸이 따뜻해지더라고요. 공기도 맑고, 숨 쉬는 것 자체가 상쾌했어요.” 그는 현지인들이 말하던 ‘시원한 추위’라는 표현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를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음식이었다. 연길 시내의 작은 식당에서 만난 냉면은 장쑤의 양념면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육수에 탱탱한 면발, 고기와 오이, 계란이 곁들여진 한 그릇은 “단숨에 비우게 되는 맛”이었다. “더운 여름에 이걸 먹으면, 진짜 눈물 날지도 모르겠어요.”


연변의 음식은 낯설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떡메로 친 떡을 콩가루를 묻혀 입에 넣자 고소함이 퍼졌고, 조선족식 김치는 짜지도 맵지도 않고 은근한 단맛이 돌았다. “그 어떤 반찬보다 밥도둑이었어요. 진심으로, 이 음식들만으로도 다시 오고 싶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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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간판엔 한자와 한글이 함께 적혀 있었고, 간혹 오직 한글만 보이는 상점도 있었다. “중국어가 익숙한 저에겐 당황스러웠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어요. 식당 주인이 중국어로 주문을 받자, 주방에선 한국어로 소리치더라고요. 마치 한국 드라마 속 장면 같았어요.”


여행의 정점은 장백산 천지였다. 눈 덮인 산봉우리 사이, 푸른 보석처럼 자리한 호수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풍경을 실제로 보는 순간, 말이 안 나왔어요. 사진으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느낌이었죠.”


도문에서는 두만강 너머 북녘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리 없는 풍경, 낯선 건물들, 조용한 마을.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게 묘하게 가슴을 울리더라고요.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가장 오래 남은 건 ‘사람’이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순간, 한 노인이 말없이 다가와 길을 안내해줬고, 몇 블록이나 함께 걸어주었다. 작은 식당에선 자신이 장쑤에서 왔다고 하자, 주인이 “이건 우리 집 김치예요”라며 조심스레 한 접시를 내밀었다. “형식적인 친절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환대였어요. 그 순간만큼은 추위도 잊을 만큼 따뜻했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마음은 자꾸 연변으로 향한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만의 빛이 있는 곳이었어요. 공기는 맑았고, 사람들은 따뜻했고, 기억은 또렷했어요.”


그는 마지막에 조용히 덧붙였다. “다음엔 여름에 가보고 싶어요. 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아마, 또 반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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